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Sep 06. 2022

커피 냅(coffee nap)을 아시나요?

커피 냅( Coffeenap)

커피(Coffee)+ 낮잠(Nap)

커피를 마신 뒤 바로 15~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


 말 그대로 빠져 들었다.

 게으름을 피운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머릿속으로 나도 모르게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착착착 정해놓고 가장 효율적인 순서와 동선으로 할 일을 헤쳐나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하고 편하게 살자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편하게 살기 위한 목록들을 일기장에 순서대로 적어놓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지금은 일관적으로 '편하게 살자' 다섯 글자만 적어 둔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런 내가 잘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것 중 하나, '일단 잠깐 자고 일어나자' 

 오늘의 할 일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일단 눕자', 이게 안된다. 에너지가 바닥이면 잠깐 자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되는데 큰맘 먹고 누워도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지금 반찬 넣어두지 않으면 냄새날 텐데, 깜깜해지기 전에 쓰레기 버리고 와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 지경이니 해가 떠 있고 할 일이 환히 보이는 낮에 잠을 잔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체력이 달리며 낮에 갑자기 잠이 쏟아질 때, 주말에는 잠깐 누워서 자도 되는 것을 눕는 것 대신 카페인을 섭취하는 걸 선택한다.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면 되잖아?, 도대체 왜 못 자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 역시 나는 왜 이 모냥일까 싶은 포인트이다. 그런데 낮에 누우면 또다시 '지금 나가야 이따 저녁시간을 맞추겠는데?' 혹은 '괜히 지금 잤다가 밤새 못 자는 거 아니야?' 하는  잡념이 시작되고 역시 잠이 들지 못한 채 좀비처럼 뻐근한 팔다리를 우두득거리면서 일어나고 만다.

 그러고는 위안을 한다 '잠깐 누워 있었더니 그래도 낫다'라고.

 

 그런데 요새 커피 냅에 빠져 들었다.

 커피 딱 한 샷을 줄여보고자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두 잔째를 고민하며 활동을 하다 보면 이미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잠이 온다. 커피를 마셨는데 잠을 참을 수가 없어 잠깐 누웠는데 완전 잠에 빠져 들었다. 눈을 번쩍 떴는데, 내가 밤까지 이어서 잔 건가? 싶었을 정도로 오래, 깊이 잔 기분이다. 시계를 보니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나 몸이 개운하고 가뿐한지 어 이게 뭔가 다.  커피를 참다가 쏟아지는 졸음에 결국 내려 마시고는 바로 잠이 들었던 그 후에도 역시 짧은 시간 숙면을 취하고 에너지가 급속히 완충됨을 느꼈다.


 커피 냅. 몇 년 전 기사로 읽어 알고는 있었지만 흥미롭다 하고 넘겼는데, 직접 체험하니 이게 진짜 영험한 효과가 있는 게다. 다시 한번 검색을 해본다. 최근에도 기사가 나와 있다.

 커피 냅 실험은 1997년 영국 러프버러대학의 루이스 레이너 교수에 의해 소개되었다. 피실험자를 1) 커피만 마시고, 2) 15-20분간 낮잠을 자고, 3) 커피 한잔을 마시고 15분간 낮잠을 잔 세 그룹으로 나누어 운전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잔 그룹의 주행 집중력이 가장 높았다. 다른 팀의 비슷한 실험에서도 커피(카페인)와 낮잠을 같이 했을 때 높은 집중력과 활동력, 기억력을 보였다.  

 체내 흡수된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시간 15-20분에 카페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깊이 낮잠을 잘 수 있다. 그리고 낮잠을 자는 동안 카페인의 영향으로 피로물질인 아데노신이 분해되므로 잠에서 깨면 개운한 상태로 일어나고 그사이 흡수된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시작되므로 이후 활동에 많은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단, 커피는 빠른 시간 안에 마시고 낮잠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커피 냅은 결국 카페인 효과인 셈이지만, 잠깐의 낮잠과 결합해 카페인 이상의 효과를 낸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카페인으로 내일의 에너지를 끌어 오는 건 같지만, 이제야 잠깐의 낮잠의 힘을 깨달았으니 이 또한 발전이다. 내 몸이 늘어지고 잠이 올 때 할 일이 눈에 보여도 잠깐 자고 일어나서 하면 된다는 그 마음가짐, 그게 중요하다. 그 어떤 할 일이든,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테니.


아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https://naver.me/F5LU6ggV

이전 15화 카페인 중독을 1초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