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내 생활에 가장 밀접한 앱이 브런치였구나
20명이 안 되는 카카오톡 친구. 히키코모리의 인간관계는 참으로 소수정예다. 여기서의 핵심은 '정예'. 조금의 불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알림이 카카오톡으로 오니 내가 수시로 정리하지 않으면 채팅 목록이 주욱 늘어난다. 며칠 전 느닷없이 채팅 목록 네 개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 그중 하나는 나와의 카톡이다.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3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고 하지 않던 sns를 시작하면서 비어 있는 순간이면 어느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은 점점 침침하고 확실히 하루 종일 너무 들여다봤다 싶은 다음 날에는 두통이 나를 맞이한다.
무엇보다, 독서가 끊겼다. 책을 집다가 '아 글을 써야지' 한다. 그러고 나서 글을 쓰면 다행인데 읽을 것은 또 왜 이리 많은가. 브런치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 헤매며 다닌다. 책은 아니지만 브런치에서 장르를 망라한 다양한 글을 읽고 있다고 소심하게 말해보지만 책은 책이다.
스마트폰을 좀 멀리하자고 생각한 지 이틀 만에 두 권을 읽었다. 1일 1권. 얼마만인가. 예전의 나는 '요즘 읽고 있는 책'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책을 '요즘' 읽고 있을 수 있지? 원래 한 번에, 적어도 하루에 다 읽는 것이 아닌가 했었다. 슬프게도 '요즘'도 아니고 몇 달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책도 있다. 한번 열었다가 몇 년 만에 끝을 내기도 하고 심지어 이 책 저책 발췌독만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서 끝낸 것이 너무 오랜만이다. 읽자마자 바로 중고서점에 팔았다. 신간일 때 샀는데 묵혀두고 읽지 않았다. 소장가치가 있던 것도 아니고 필요에 의해서 읽어야 했던 책이어서 처분도 하지 못하고 작은집까지 살아왔던 10권 미만의 책 중 한 권이었다. 그 귀한 자리까지 내줘가며 이제야 읽다니.
1300원에 팔려나간 '최상급' 책을 보며 역시 부지런한 사람이 돈을 덜 낭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지런하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안타깝게도. 다만 돈을 덜 낭비하게 되는 그 선. 거기까지만이라도 해 보자.
그저께는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히키코모리 인증을 여기서 하는구나. 브런치가 계속 접속이 안돼서 왜 그러나 했다. 간혹 있던 일이라 그냥 넘어갔는데 멜론도 되지 않았다. 카카오 서비스 전체가 되질 않는 거였다. 그제야 뉴스를 들여다보니 말 그대로 카카오 대란. 카카오가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던가.
하루 지난 아침에 보니 카카오톡은 돌아왔다. 나에게 카톡을 보내보니 바로 온다. 히키코모리는 테스트도 스스로에게 한다.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했는지 브런치는 아직이다. 브런치 오류에 대해서는 기사도 없다. 그냥 카카오 서비스 중 한 개, '등'에 들어갈 뿐이다. 유일하게 켜놓는 알림도 브런치 알림이었는데, 브런치마저 조용하니 핸드폰인지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도구인 건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카톡이 안 되는 것도 몰랐으면서 브런치는 집착하면서 계속 들어가 본다. 빙글빙글 돌다가 꺼져버린다. 브런치 오류로 접속 자체가 안되니 영 마음이 허전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이 접속하는 앱이 브런치였다. 뉴스를 보니 카카오에서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부터 순차적으로 복구를 한다고 했다는데, 브런치는 그 우선순위가 아주 뒤인가 보다. 누군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서비스들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참 아쉽다.
오늘 아침 일어났는데 브런치 알림이 와있다. 이게 이렇게 반가울 일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한다더니 낼름 접속한다. 브런치 전체가 돌아오진 않았다. 글은 써지지만 발행이 되질 않는다. 댓글을 달았는데 댓글 숫자는 올라가고 보이지는 않는다. 통계에 오늘 날짜도 없다. 언제쯤 제대로 되려나.
나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서비스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였다.
나도 모르는 새 글쓰기와 이렇게 가까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