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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Dec 23. 2022

생색내느라 아이의 산타클로스 믿음을 깨버렸다

 "산타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야."

 A=B,  뭔가 안 맞는 듯한데 진실에 가깝다.  커버린 것 같은 쉬운 마음이 들지만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 '원흉'이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에 할 말이 없다.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 몰래 선물을 하나씩 보내다. 적절한 복장을 갖춰 입은 초빙 산타가 그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였다. 아이가 갖고 싶다던 ,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포장해서 이미 보내놓았는데 크리스마스 임박해서 갑자기 아이가 "난 많이 울었어? 이 정도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거지"하고 확인을 한다.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과장된 격려의 말에 아이는 "꼭 타나토스를 주겠지? 말 잘 들었으니까 타나토스를 꼭 주겠지? 이런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3204279

 아차 싶었다. 금의 포켓몬빵처럼 그 당시 부모들을 마트에 줄 서게 했던 그것, 터닝메카드.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종류였다. 당장 검색해보니 역시나 품절, 마트에 줄을 서도 살 수 없고 웃돈을 주고 중고도 구할 수 없는 란다. 에반의 동생, 타나토스... 미웠다.


 다른 질문에는 당연하지~라는 답을 해놓고 타나토스 질문은 요리조리 피해 가는 엄마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아이는 타나토스를 받을 수 있냐를 까먹지도 않고 물었다. 아 이를 어쩐다.


 그때 중학생 아이를 키우던 지인이 아이가 모으는 피겨를 사러 동대문 완구상가에 간단다. 도매상이라 규모가 대단해 없는 게 없다는 엄청난 갈등이 시작됐다.

 남에게 뭔가 부탁하는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거절당할 까 두렵다. 남 손을 빌려하려면 늦어지고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다. 일단 맡겨놓고 초연하면 되는데 그것도 안고 전전긍긍한다. 결국 '내가 하고 말지'가 결론이다. 참으로 스스로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던 지인 같이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우연히 뱉은 말에 뒷말은 듣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몇 번을 문구를 고심 혹시 타나토스가 보이면 사다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 지인은 귀인이 됐다. 타나토스가 있다는 연락에 불로초를 구한 것 같은 환희를 경험한다. 만원이 안 되는 웃돈을 붙여서 판다는 완구점은 그 당시 중고거래 가격을 비교했을 때 심지어 저렴한 거였다. 봉투에까지 담아 '타나토스 대금'을 드리고 타나토스를 받아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만 와도 긴장이 되고  따로 연락하는 것도 무서웠던 그 시절,  혹시 이미 낸 선물을 바꿀 수 있냐고 또 납작하게 부탁을 드다. 선생님은 다행히 포장을 하나로 묶어만 달란다. 다시 받아 오밤중에 아이를 재우고 몰래 한 개로 합체고 다음날 아이를 맡기며 마음만 날렵하고 손은 어정쩡하고 느리게 선생님께 전달한다.

http://www.11st.co.kr/products/3334713709/share

 침내 산타할아버지에게 두툼한 선물을 받아온 아이는 포장을 풀며 타나토스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산타할아버지가 자기의 마음을 알았다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이래서 부모들이 마트에 줄을 서는 거였다.


 몇 년 뒤 누가 누가 자기에게 장난감 선물을 많이 해줬나를 헤아려 보던 어느 날, 마는 쏙 빼놓고 연신 다른 사람들 이름만 줄줄줄줄줄 대고 있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빈정 상한다. 아이에게 엄마가 사준 건 당연한 거겠지라고 머리로 생각하려 노력하는데 마음이 이미 상한다. 자꾸 중간에 껴들어서 '그거는 엄마가 마트에서 사준 거잖아' 이러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줬는지 기억이 선명한 장난감을 들고 다른 사람 이름을 대기를 몇 차례 하자 서운하다 못해 슬슬 화가 난다.


 그때 아이는 타나토스를 높이 들며 "이건 산타할아버지가 줬잖아. 진짜 갖고 싶었는데!" 한다. 철석같이 산타할아버지를 믿 있는 아이에게 "아니야 그거 엄마가 사준 거야! 엄마가 진짜 힘들게 구해서 사준 거라고! "하고 만다. 아이의 얼굴에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밀을 알아챈 사람의 충격이 고스란히 스친다. 그제야 아차해서. "물론... 산타할아버지한 테 대신 전해달라고는 했어. 산타할아버지도 구하기 힘들 테니까. 왜냐면 산타할아버지가 마트에 줄 서있을 수는 없잖아." 어버버버 넘어갔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뒤 어느 순간  아이는 그날 중언부언하던 엄마를 회상하며 심증을 굳혔을 것을.


 지금 아이는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때의 타나토스는 엄마의 선물이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지만 나는 생색을 내느라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는 아이의 환상을 깨고 그 시기를 확 앞당기고 말았다. 아,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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