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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Dec 02. 2022

통통한 어린이는 배울 수 없는 것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windgirl98/222671706619

생김행동도 하나같이 동글동글 귀엽고 순한 조카는 몇 년 전인 미취학 시절, 달력의 30일과 31일을 손등을 이용해 확인하는 방법가르치는 엄마 앞에서 자기는 배울 수 없는 거냐울음을 터트렸다.

 주먹을 쥐면 생기는 홈으로 구분을 해야 하는데 주먹을 쥐어도 요철 하나 없이 그저 둥그랬기 때문이다.

둥근 만두를 빚고 있는 조카의 손. 요철이 없다

 딱히 간식을 많이 지도 않는데 포동포동했던 조카와 달리 그 당시 내 아이는 이것저것 많이 먹는데 살이 찌지 않. 그러나 그 둘을 함께 데리고 다니내 아이는 먼저 '이게 먹고 싶다, 저게 먹고 싶다' 해놓고 조금 먹다 말고 어디선가 뛰어다고 있 조카 진득하니 앉아 참으로 복스럽게 음식을 비우곤 했다.

 

 아이나 어른이나 많이 먹는데도 살이 지 않아 걱정이라는 이들을 관찰해 보면 대 많이 먹지 않는다. 음식의 종류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거 몇 숟가락 뜨다 관두고 또 저거 살짝 깨작거리다 만다. 맛을 보는 건가 싶은 을 먹고 이제 시작했는데 금세 배가 찼단다. 반대로 물밖에 안 먹었는데 살이 찐다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물처럼 먹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내 아이 역시  조금 먹고 과일 먹고, 또 다른 주전부리를 찾고 했지 한 번에 먹는 양이 많지 않았던 게다. 그러면서 운동은 몇 시간씩 하니 마를 수밖에.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영양제 젤리를 꼬박꼬박 먹이면서 살을 찌워보고자 애다. 그던 아이는 지금 조카보다 더 통통하다. 주 냉정하게 따지면 통통과 뚱뚱 경계라 할까.


 는 패턴은 똑같다. 그런데  코스마 양이 일관적이게 많다 싶자마자 이리되었다.


 얼마 전에는 부대찌개를 시켜 땀까지 내가며 먹더니 참으로 익숙하게 뚝배기를 받침에 비스듬히 걸쳐놓고 국물까지 고 있었다. 회사 가서 '아저씨' 직원들에게 처음 봤던 모습을 초등생 아이에게서 보다니.

 배가 너무 부르다며 산책을 하자더니 또다시  어묵 세 꼬치를  먹고는 여기는 국물이 맛있다며 종이컵에 국물을 담아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조심히 는데 아기 펭귄 같다. 추워서 패딩 조끼를 잠가주려고 하는데 아이코, 당장 위에서 세 번째부터는 잠기지 않는다. 힘을 주어 옷을 가운데로 모으는 나에게 '엄마, 힘들지? 나도 모르게 배가 이렇게 나왔네' 말하는데 음이 터지고 만다.


 보통 할머니들이 손주를 보면서 계속해서 더 먹어야 한다, 더 쪄야 한다 그런다는데 우리 집은 할머니가 먼저 이제 간식과 야식은 줄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함께 외식을 하고 오는 길에 어릴 때 아이가 아주 맛있게 먹었던 핫도그 체인점을 발견했다. 아이에게 물으니 역시나 좋다고 깡충거린다. 사달라고 해도 말려야지 먼저 사준다 하냐 한 소리 듣는다. "얘는 살 아니야, 다 근육이야~"그랬더니 살 어쩔 거냐는 반격이 온다. "얼굴도 근육이야"그랬더니 고슴도치란다.


 내 자식이니까 둥글둥글 귀엽고 통통하다 하는 거지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너무 쪘다고 할 수 있고 또 외모에 민감한 아이들 은근히 놀리거나 스스로 위축될 수 있으니 더 찌우면 안 된다는 몹시도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리로 자제시키란다. 맞는 말인 거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만 먹으랄 수도,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너무 출출해요' 라면서 야식을 달라는데 안 준다 할 수도 다. 난 아직도 그렇게 잘 먹는 걸 보면 꾸 흐뭇하고 기특하단 말이다.


 아이는 '귀엽다'라는 말보다 '잘생겼다'라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때 첫마디는 '어머니, OO가 아이돌처럼 잘생겼잖아요. 거기에 운동도 잘해서 인기가 정말 많아요'였다. 타깝게도 부모 모두 겪어 보지 않은 세계라 혹시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는 '잘생겼다'는 말이 아이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까지 걱정했다.

 그런데 어린이도 살이 찌면 이목구비가 불분명해지 거였다. 그 날렵했던 턱선과 높은  살에 묻혔고 눈은 작아졌다. 거기에 안경까지 썼더니 이제 잘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등치가 좋다', '크다'라는 식어가 나다.


 아이들끼리 짧고 둥근 모양의 샤프를 보고 ', 이거 OO 샤프다~'라고 했다고도 하고, 어쩌다 안경을 벗었는데 '안경 벗으니 존잘'이라 그랬단다. 같은 아이에게 들리는 몇 년 사이 사뭇 달라진 말들을 듣자니 이제 진짜 이제 관리를 해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치기도 했다.

이제 내 아이도 손등의 홈으로 30과 31을 구분할 수 없다

 오로지 즉석 떡볶이 하나를 먹겠다고 버스까지 타고 찾아간 식당에서 신나게 먹는 아이 모습이 흐뭇해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냈 조심해야겠다며 둥근 손만 확대해 캡처한 사진이 되돌아온다. 

 사촌 동생이 손등으로 30과 31을 구분할 수 없다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떻게 그게 다 둥글 수가 있지"하면서 홈이 깊게 파인 자신의 손등을 들여다보면서 동생을 귀여워했는데, 이제 내 아이 손등으로 구분이 힘들어 게다.


  그런데도 나는 그 둥그런 손이 아서 자꾸 들여다 보고 문질문질 해 보고 있다. 앞으로 그스름하고 말랑하게 나온 배도, 톡 치면 내 손이 튕겨져 나올 듯 볼록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오락을 하고 있는 뒤태도 그저 귀엽다. '다 키로 가겠지~'이러면서 야식을 달라는 말에 예의한번 는 제스처만 취하고는 바로 대령하고 만다.


 아이돌 같은 외모와 멀어지면 또 어떤가. 이렇게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데.

 게다가 이제 내 아이는 손등의 홈이 없어도 30과 31이 있는 달 척척 구분할 수 있으니, 매우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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