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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Dec 05. 2022

빨래를 개며 드라마를 보는 진짜 이유

 요상한 버릇이 생겼다.

 이미 오래전에 종영된, 너무나 인기 있어 단 한 번도 보지 않았음에도 대략의 줄거리를 알 돼버린 라마 이마저도 주행 할 시간은 없다며 요약본으로 보면서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른 숨을 쉬지 못하고 꼭대기를 향해 급격히 치고 올라가는 전개에 몰입하다 말고 갑자기 검색창을 열어 이것의 끝이 행인지 아닌지 자꾸 확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었다는 긍정의 마지노선을 훨씬 넘어, 주인공이 모략 음해 난도질당하고 삶에 치이는 모습에 내 마음이 갑갑하고 심장이 고통스럽다.


 스포일러를 자청해 재미를 뚝 끊고 그 결말을 확인만다. 마지막까지 보는 이들을 탄식하게 하고 허무하게 만든다 싶으망설임 없이 . 여러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결국 훈훈게 끝맺는 하면 그제 안심을 하고 이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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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영화 '오펀'을 볼 때는 깔끔한 권선징악 마무리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 너무나 무서워서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부러 분주히 집안일을 하면서 보는데도 두 번째에도 실패하고 세 번째에 겨우 성공했다. 


 어느 순간 나에게 롤러코스터가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쾌감 아니라 금방이라도 심정지가 올 것 같은 고통이 된 것처럼 화면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재하는 공포에 시달린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왜 내가 이 괴로움을 자초해야 하는가 하는 동일한 이유로 결국은 다시는 도전하지 않는 장르가 되고 말았다. 내려올 건데 뭐하러 산에 올라가냐는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러다 얼마 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 15화 16화를 연달아 보았다. 워낙 수작이라 해서 궁금했으나 극도로 고되게 사는 주인공을 보며 마음이 자꾸 무거워질 것이 뻔해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 작품이다.


 텔레비전에서 15회가 시작하는 것을 보고 16회 완결이며 심지어 해피엔딩이란 것까지 확인하고 그렇다면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되어가 지점이라는 계산을 하고서야 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심하게 마음을 졸였고 툭하면 눈물이 터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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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마다 어김없이 드라마를 차 없이 끊고 광고가 나왔다. 여기서 끊어도 반드시 이어볼 만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날름 삽입된 그것들은 참으로 개수는 많았으며 시간은 길었다. 도저히 다시 드라마에 몰입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수준 중간 광고에 몰입을 방해당하면서 히려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복받쳐 오르는 바로 그 타이밍에 난데없는 광고로 지기 직전의 감정이  다. 와 조금의 관계도 없는 드라마 속 상황에 파묻혀 있던 나는 급작스럽게 현실로 돌아오고 바로 이성을 다. 시간을 이용해 옆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티슈 더미를 싹 걷어 휴지통에 버렸고 테이블을 닦았으며 이미 초반부에 건조가 완료된 빨래를 이제야 꺼내와 개기 시작하는 생산적인 사람으로 돌아갔.


  기계적으로 빨래를 개면서 '아저씨'의 세계 나와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빨래를 개고 있 나 자신의 진짜 속내를 뜬금없이 알아챈다.


 시간을 아끼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회피였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들어설 것 같으면 나는 곧바로 빨래에 집중하며 나를 분리시켰던 게다.


  나를 즐겁게 하고 재미있게 해 주려고 보는 entertainment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과하게 몰입하고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감당하기 버거운 감정에 휘말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 셈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피했고 기회가 있어도 꼭 무언가 하나 다른 일거리를 동시에 벌다. 지금 보니 여기저기 잘 나눠 써야 하는 한정적인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렇게 몰입하면서 얻는 즐거움보다 소진될 에너지를 보전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거다.


 결말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지는데도 즐거운 끝을 알고 있는 이미 본 것을 선택하는 것도, 이것저것 틀어보다 여지없이 시트콤 프렌즈로 돌아갔던 것도,  빨랫감을 안고 볼 수 없는 영화관에서는 철저하게 해피엔딩인,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만을 골라보았던 것도 숨겨진 저의는 모두 같았다.

해당 이미지 및 커버이미지 출처 pixabay

 유난히 집안일에 매진했다 싶었던 날은 뭔가 걱정거리가 있었던 날이다. 내 머릿속에서 걱정과 근심이 그 세력을 키워나가려는 걸 몸을 힘들게 해 그 힘을 분산시켰다. 근래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을 만한 메뉴를 신중하게 골라 천천히 먹고 만화방 가서 잔뜩 만화책 쌓아두고 한 권씩 뽑아 읽거나 오락실 가서 게임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굳이 그랬다.

 

 억지로 다른 걸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최선을 다해 게으름을 피워도 걱정의 크기를 키우지 않고 머리를 비워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 전에야 깨닫는다. 알았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도 나라고 인정한다. 최대한 편하게 살자는 거지 걱정 한 톨 없이 살겠다는 비현실적  아니다.


  내 감정이 고조되고 있을 때, 그러나 그이 내가 원하는 감정이 아거나 그 선을 넘어설 때 내 감정에 간광를 집어넣어야겠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아야 할 대상에 너무 이입하고 있다면 빨래 개스스로를 분리시켜야겠다. 저 안까지 들어갔다 나왔을 때 개운하지 않은 감정이 나 자신을 삼키지 않도록 잘라버리고 내가 원하는 세계로 돌아오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


 속내를 알아챘지만 꾸준히 빨래를 개도 된다. 나 자신도 르게 지금까지 감정도 조절하고 집안일도 하나 해치우는 영특한 행동을 해 왔다니, 매우 칭찬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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