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을 테다. 다이어트와 미니멀 라이프의 공통점이라는 주제로 에세이인 척하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픽션도 쓰고 있는데 여전히 간간히 새로운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건 몰랐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할 줄이야.
물건과 관계를 비우는 데에서 나아가 소식을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이 있다. 불필요한 음식의 과다섭취를 지양하고 딱 우리 몸이 필요한 그만큼만 섭취하는 거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 경계에 있는 나라는 자는 소식보다는 맛있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최대한 편하게 먹는 것을 지향한다. 늘 내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최우선이며 선택의 기준이다 보니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그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
그랬는데 다른 데서 즐겁지 않은 현상이 속출한다.
사실 먹는 양이야 예전이 훨씬 많았지만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니 살이 쉽게 찌고 빠지지는 않는다. 거기다 야식의 즐거움까지 발견하고 밤에 먹었더니 몸무게가 훅 늘었다. 불과 2년 전 만보 걷기에 집착했던 시기보다 5kg-8kg까지 숫자가 올랐다.그래도 심신의 즐거움을 외치며 애써 무시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 좋아졌다', '살이 좀 찐 것 같다'라고 했을 때에도 뭐 나만 좋으면 됐지 했다.
그런데 나라고 다 좋은 게 아니었다.
옷 입은 태가 나지 않았고 매끈해야 할 부위에서 잡히는 살은 분명 거슬렸다. 거울에 비친 둥그런 라인도 기쁘지 않았다. 거기다 춥다고 옷을 겹겹이 껴입었더니 말할 수 없이 둔했고 불편했다. 소매 안에 빈 공간 없이 꽉 차는 살과 옷들로 팔이 저려왔고 어깨가 결리고 아팠다. 구르는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걷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거기에 고질적인 발목 통증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늘어나자 곧바로 아주 자주 찾아왔다.
결국 위기가 닥쳤다. 춥다고 거의 니트로 된 와이드팬츠(물론 고무줄로 된 것)만 입었는데 날이 좀 풀려 초겨울에 잘 입던 바지를 입으니엉덩이가 터질 것 같다. 심지어 분명 작년 겨울에 온라인으로 사느라 너무 큰 걸 샀다 했던 바지였다. 다행히 버클은 잠겼지만 움직이면 버클이 팝콘처럼 튀겨져 나갈 기세다. 아차 싶었다. 몇 벌의 바지를 더 입어봤지만 하나같이 입고 있는 나도 우연히라도 나를 보게 될 다른 사람도 괴로운 지경이다.
안 그래도 몇 벌 없는 바지가 모두 이러니 봄이 되면 모두 새로 사야 한다. 그렇다고 있던 바지는 그럼 버리나? 옷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의 단골 멘트인 '살이 빠지면 입으려고 버리지 않고 있어요'를 해야 할 판국이다.
하는 수 없이 살을 빼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바지걸이도 더 없고 공간도 없으며 돈도 없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더 큰 사이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바지 개수를 늘리기는 싫다.
요가를 시작하며 오래전 잠깐 보았던 복근을 다시 만날 기대까지 해놓고 복근은커녕 바지가 잠기지 않는 새로운 경험을 하다니.
나 스스로의 몸에 만족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심신이 편안한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것이니, 역시나 일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