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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18. 2022

작은 집일수록 리모델링이 필요한대요

인테리어 대표가 알려준 작은집 리모델링 공사가 어려운 이유

 아파트 도면을 펴놓고 치수를 보는데, 한숨이 나온다. 집에 있는 가구들을 재본다. 그려 넣어본다. 가구 몇 개 안 넣었는데 종이마저 좁다. 일단 옷, 책, 이불, 주방 조리도구는 필수품인도대체 다 어디 넣지?


 작은 집에 가구 몇 개만 두면 빈 벽이 없다. 가구 사이는 좁고 빈 공간도 없다. 여백이 없으니 답답하고, 여기조금만 어질러지면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어떻게든 빈 바닥과 빈 벽, 빈 공간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수납해야 한다.  작은 집의 없는 공간을 짜내서,  단 1cm 허투루 쓰이지 않게 수납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리모델링이 답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리모델링을 하기로 큰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이게 나만 큰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시종일관 손재주가 없다. 초등학교 때 국기함을 만드는데(만들어 봤다면, 나이 앞자리 최소 4자다) 여기 못을 박으면 저기 나무판이 옆으로 휘고, 저기 못을 박으면 아까 박은 나무판 분리됐다. 얼마 전에 태블릿을 마련했는데 계정을 넣고  모든 을 다 옮기는 것보다 액정 필름을 붙이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공기방울이 군데군데 다. 나 자신을 알기에 DIY, 셀프 인테리어 이런 쪽은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리모델링을 결심했다면 당연히 턴키다.  


 이번엔 '작은 집 인테리어' 검색어다. 작은 집 짓기에 관한 책은 꽤 있다. 협소 주택나 층고가 높아 복층을 활용하는 해외 주택 사례가 대부분이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례를 소개한 책도 있지만  수요가 많은 30평대가 대부분이고, 작은 집이라고 해도 거의 20평대 이상이다. 10평대 아파트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공개하는 포트폴리오에도 10평대는 흔치 않다. 간혹 있더라도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구조이다. 그래도 나는 해야 한다. 중간중간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보이면 잘 메모해둔다. 대략적으로 원하는 스타일도 정한다. 공간 배치와 짜넣을 수납장의 위치, 큰 가구 위치까지 정해놓고, 어떤 스타일로 할 건지 정한다.  

조금이라도 넓어 보일 수 있게 환하게/  집에 있는 가구가 대부분 나무색이니 흰색으로 통일/가구는 가능하면 모두 붙박이로 / 최대한 밖으로 나오는 것이 없게. 당시 적어 놓은 메모이다


 이제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인테리어 카페에서 소중한 정보들을 얻는다. 그곳에서 배운 것처럼 온라인으로 몇 군데 업체에 견적을 의뢰하고, 견적서를 잘 비교해 본 후 계약을 하겠다며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의뢰한 업체들에서 답장이  안 온다. 자그마치 네 군데다. 아니, 비교를 해야 하는데? 당황스럽다. 이사 일정은 다가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업체체 중 점지해두었던 곳에 전화를 거니, 대표가 직접 받는다. 평형을 얘기하자마자, 한숨을 쉰다. '사모님, 작은 평수는 힘듭니다, 주변 업체에서도 다 안 하려고 해요.' 한다. 하지만 일단 와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말에 엑셀에 정리한 것을 들고 간다. 멀어도 간다


사무실에서 대표는 평수 작은 집 리모델링 공사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준다.

10평대나 40평대나 들어가야 하는 공정은 다 똑같다. 작은 집이라고 화장실 없고 부엌 없는 거 아니지 않은가. 그 공정마다 인부를 각기 불러야 하는데, 아무리 작은 면적을 한다고 해도 인부를 부르면 하루 인건비를 다 줘야 한다. 이러니 평당 가격은 확 올라가는데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집이 작으니 돈이 적게 들 거라고 생각하고 깎으려 한단다. 게다가 이사 갈 아파트는 동별로 평수가 다르다. 아파트 한동의 크기는 같은데, 평수가 작은  동에는 여러 세대가 들어 있다 보니 공사할 때  동의를 얻어야 할 세대가 많다. 여기에  집들 간격이 가깝다 보니 민원이 장난 아니란다. '사모님 지금 코로나라, 재택근무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하는데 공사 소리 낸다고 계속 전화와요' 

이게 끝이 아니다.  공구랑 자재 쌓아둬야 하니 안 그래도 복잡한데, 공기 맞춘다고 여러 공정을 함께 진행하면 날도 더운데 여러 인부들이 작은 데서 부딪혀 가며 일하엄청 힘들어한단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다 이해는 간다. 그래도, 작은 집일수록 리모델링은 필요하. 두 번째 미팅 때 나는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내가 갑이고, 업체가 을로 되어있는 계약서였지만 공사해달라 거의 부탁을 한다. 그 모든 이유에도 작은 집 공사를 맡아주어 고마웠고, 공정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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