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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14. 2023

그깟 푼돈에

 디즈니플러스 9900원이 승인되었다는 문자  소리를 냈다.


 하던 대화까지 뚝 멈추고 말이다. 무슨 큰일이 난 건가 싶어 나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잠깐잠깐잠깐잠깐 하며 혹시 취소가 가능한지 재빠르게 검색해 본다. 시청을 하지 않았으면 취소가 가능하다는 말에 크게 안도했으나 아차, 시작 날짜가 어제다.  어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봤다. 환불 불가.

 분명히 구독해지를 누른 것 같은데 아니었을까. 근 한 달간 접속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하필 어제 봤을까. 애초에 날름 무료 구독에는 왜 넘어갔나. 이러다 이깟 9900원에 기분 좋게 저녁 먹고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하다 이다지도 허둥지둥 난리를 치고 있는 내 모습 보자니 참 모양 빠진다.


 줄 서는  싫다. 선착순 몹시 싫다. 뽑기나 경품 싫다.

 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 똑같은 돈을 내는데 이때는 되고 저때는 안되고 저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건 불공평하다.

 인형 뽑기를 절대 못하게 하는 이유다. 정말 갖고 싶은 인형이 있으면 차라리 돈을 주고  잔소리를 해댄다. 이벤트 응모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개인 정보를 파는 것이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가만 보면 전원증정 이런 거는 또 하고 있 않나.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한 명. 이런 게 하기 싫은 거다.


 디즈니플러스 3개월 구독권은 전원 증정이었다. 주말을 조금 편하게 보내볼까 하는 욕심에 그렇게 싫하는 마케팅 알림 수신 동의를 하고 받았다. 그런데 해지를 까먹어서, 해지했다고 착각해서 요금이 결제됐 마치 엄청나게 큰일이 난 것 마냥 호들갑이었던 거다.

괜히 사운드오브뮤직 원망한다.

책의 무게를 버티던 책장에서 소리가 났다. 아이 책도 비워야겠다고 결심하고 가지고 있는 책 중 아이가 가장 아쉬워하지 않을 을 고르다 보니 그 전집이 됐다. 자기 전에 한 권씩 읽어줬는데. 루팡은 반정도 읽고 잠들었는데 사운드오브뮤직은 다 읽을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목이 갈라질 것같이 읽은 게 오랜만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하이놈은 한두 권을 가지고 오는 게 아니라 한 질을 힘들게 책장에서 빼와서 영차 영차 올려놓았다. 늘 같은 행동이었는데 에너지가 있는 날은 그런 뚱거리는 엉덩이도 귀엽다고 보고 있었으면서 어떤 날에는 엄마 지금 힘든데 왜 그걸 다 가지고 오냐고 딱 다섯 권만 가지고 오라고 큰 소리를 다. 일관성이라고는 조금이라도 없는 엄마 같으니라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에너지양에 따라 들쭉날쭉화냄과 반성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분명 글자를 모르는데, 나름 문맥에 맞게 불필요한 문장이라고 판단한 문장건너뛰는데도 귀신같이 알아챘다. 두장을 넘기는 건 바로 걸린다. 읽다가 졸면서 이상한 잠꼬대를 하면 엄마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내 눈을 양손의 두 손가락씩을 이용해서 크게 띄웠다.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었던 때에도 나는 한참을 을 읽었고. 클로바가 그 일을 대신해 아이가 잠들 때까지 동화를 들려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잠을 자라는데 클로바에게 컬투 레전드 사연을 들려달라고 하니 잠이 올리가 없다. 듣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또 옆에서 빵 터지고 있다.


컬투를 끄고  오래간만에 읽어준 책, '사운드오브뮤직' 너무나 압축되어 있고 삽화는 아쉬웠다. 이건 보고 들어야 하는 거라며 함께 영화를 찾아보았다.


 모든 것이 내 의지로 내가 한 일었다.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이런 자연의 모습은 책을 보며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안 되겠다 이래가며 잘만 봐놓고  나는 9900원이 아까워 난리였다.

 저번에도 그랬다. 온라인마트에서 청구할인이 된다길래 하한선을 맞추겠다며 다음에 사도 되는 것까지 끼워 넣사용하지 않는 카드를 부러 사용했는데 몇 달 동안 할인이 한 번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점에서 결제하면 할인된다는 드 역시 할인되지 않은 것을 같은 날 발견했다. 날 괜히 꽂혔다. 심히도 찾아보니 체크카드는 제외란다. 점 카드전월실적에 천 원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돈을 아껴 썼냐면 그것도 아니다. 실적 상관없는 카드는 또  엄청 열심히 썼다.


  그냥 할인 못 받았네 하고 말면 되는데 뜰한 살림을 꾸리지 못한 것 같아 몹시 아쉬웠고 금은보화를 바닷물에 떨어뜨린 듯 으로 아까웠다. 맛있게 외식하고 우리 다음에 또 가자며 이야기하다 보니 할인 쿠폰을 받아놓은 게 있었다. 계산할 때 냈어야 했는데, 분명 생각했었는데 먹으면서 잊어버린 나를 엄청난 큰 실수를 저지른 것처럼 책망하고 있다.


 

  슬기로운 경제생활과 멀어지는 이런 실수 때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런 푼돈에 이렇게도 아쉬워하고 마음 상해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잘한 돈 아끼느라 신경 쓰고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 말고 나의 에너지를 보전하는 쪽을 택하자는 명확한 선택의 기준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심지어 마음만은 부유하다 해놓고.

 

 요즘 유난하다. 이상하게 마음이 빈곤해졌단 말이다. 

 다락같이 오르는 물가 핑계를 대본다. 달랑 하나 보내는데 1년 사이에 1.5배가 오른 학원비 탓도 해 본다.


 역시, 나에게서 문제점을 찾는 것보다 쉽고 편하다. 이걸로 하자.

시간이 지나 문득 내가 그때 이래서 그랬나 보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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