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맞춰 선 어메니티와 삼각형으로 마무리 한 둥글게 말린 손수건, 거울처럼 반짝이는 수도꼭지. 끝선 맞춰 걸려있는 타월들, 끝을 살짝 접어 둔 화장지.
같은 화장실인데, 심지어 우리 집 화장실보다 작은데 어쩌면 이렇게 깔끔할까.
호텔 같은 집을 꿈꾸며 일일이 디스펜서에 담아 넣고 검색창에 '호텔식 수건 접기' 검색하지 말자. 호텔 화장실이 단정하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는 밖에 진열된 것들이 아니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있는데 호텔 화장실에는 없는 두 가지 때문이다.
호텔 화장실이 로망인가. 우리 집 화장실에서 그 두 가지를 없애면 된다.
욕실 청소 후 환기 중
그 첫 번째, 물기.
호텔 화장실이 깔끔한 이유는 '물기'가 없어서다.
문을 연 순간 욕실화와 바닥, 세면대에 물이 흥건했다면 깔끔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을 테다.
한 때 유행했듯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건식 화장실은 물을 사용하는 샤워부스나 욕실 부분과 그 외의 공간이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이전 집에서는 샤워 부스가 별도로 있었기에 나머지 부분을 건식으로 사용했지만 샤워 한번 하면 말 그대로 사방이 다 젖는 작은 화장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변기에 흔적을 남겨두어 수시로 변기에 물을 뿌려줘야 하는 성별과 함께 산다면 정신건강을 위해 건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샤워할 때 비눗물을 헹구며 구석구석 강한 물줄기를 쏴주고 샤워가 끝난 후 스퀴즈나 몸을 닦은 수건으로 대충 거울과 수건걸이 등의 물기를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화장실은 물기 없이 깔끔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바디워시나 샴푸향이 나며 빠르게 건조된다.
호텔처럼 물기 하나 없는 욕실을 꿈꾼다면 간간히 린스를 수건에 묻혀 세면기와 거울 등을 닦아내면 코팅이 되어 유지하는데 효과적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에너지니 린스칠은 기운이 날 때만 하자.
세탁기 옆 붙박이장 아랫칸에 세제들을 보관한다
두 번째, 의외의, 그러나 가장 큰 차이. 바로 화장실용 청소도구다.
호텔 화장실 그 어디에도 '화장실용 청소도구'가 없다.
대부분 가정집 화장실 구석에는 락스, 욕실용 세제, 솔, 화장실 청소 전용 수세미, 화장실 전용 고무장갑 등 등이 플라스틱 대야 혹은 목욕 바구니 안에 담겨있다.
물 마를 날 없는 화장실에서는 청소도구에 물이 튀었다 말랐다 하며 세제 용기가 예쁘게 분홍 곰팡이로 물들어 가고 솔과 수세미에 머리카락 하나만 붙어 있어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실제로 호텔이 아닌 다른 숙소 화장실이 호텔만큼 깔끔하지 않다 느끼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 바로 청소도구들 때문이다.
욕실용 청소도구만 치워도 호텔 화장실에 바짝 다가간다.
호텔처럼 청소도구를 실어 나르는 카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 둔단 말인가!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욕실 전용세제를 보며 지저분하니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샴푸, 린스와 같은 공산품일 뿐이다. 이것이 24시간 화장실 구석에서 켜켜이 물때를 뒤집어쓰고 청소한 뒤 물기가 남은 그 채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욕실 청소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른 데 둘 수 없던 것이다.
빨래 세제, EM, 여분의 세정제 등 여타의 생활용품들과 함께 보관하며 청소할 때마다 꺼내 쓰고 다시 집어넣으면 된다.
문제는 수세미, 솔과 같은 청소 도구.
보기에 안 좋은 건 둘째치고 화장실 청소가 하기 싫은 이유다. 쭈그리고 앉아 닦아내는 것도 싫지만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 있는 솔과 수세미를 헹구고 다시 빨아 넣는 것이 얼마나 싫은가.
안 빨아도 되는 걸 쓰면 된다.
욕실 청소에 필요한 딱 세 가지
일회용 수세미를 사용하자.
일회용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벽과 바닥을 닦는다. 바디워시로 닦아 내도 충분하다. 내 몸을 씻는 공간 아닌가. 물 잔뜩 묻혀 꼭 거품 보글보글 내서 닦지 않아도 된다. 다 닦아 내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 거품이 나는데 그때 구석구석 거품을 제거하면 된다. 이것으로 수세미와 욕실용 청소솔은 필요 없다.
변기 청소는 어떻게 할까.
변기 표면은 일회용 수세미로 닦으면 된다.
변기 안쪽 청소에는 뜻밖의 이것을 활용하자.
비데 물티슈로 통상 불리는 화장실용 물티슈.
일반 물티슈와의 차이점은 바로 물에 녹아 변기에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이용하자.
비데물티슈, 나무젓가락, 화장실용 세제. 이거면 된다.
비데물티슈를 잘 접고 화장실용 세제를 묻힌다.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물때가 잘 끼는 변기 안쪽을 쓱 닦아 주고 그대로 변기 안에 넣어 물 내리면 끝이다. 이것으로 변기전용 솔도 필요 없다.
욕실 청소를 마친 후에 물기를 꽉 짠 일회용 수세미와 나무젓가락만 휴지통에 버리면 되고 사용한 세제는 여타의 세제가 있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환기를 마치면 화장실 청소 끝.
어느 하나 기꺼이 하고 싶다고 꼽을 수 있는 게 있을 리 만무한 집안일.
화장실 청소는 그중에도 가장 하기 싫은 일이다.
20평을 줄여 이사 오며 화장실 두 개는 한 개로 줄었다. 그나마 한 개 있는 것도 예전 안방에 붙어있던 그것보다 작다. 샤워할 때마다 휴지를 선반 안에 넣어두어야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러나 그 덕에 주말 아침을 반납한 채 두 개의 화장실 청소를 하는 노동에서 해방됐다.
한 달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 작은 화장실 청소도 어떻게든 덜 움직이고 내 관절을 덜 쓰며 에너지를 최소한만 들이고자 이렇게 머리를 쓴다.
나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지 않은가.
집안일에는 최소한으로 투입하자.
덤으로, 호텔 같은 화장실처럼 보이는 한 가지 팁.
사용하는 욕실 제품들의 스티커나 겉면 포장을 제거하고 사용해 보라. 분리수거할 때 해야 할 일을 미리 하는 것만으로 디스펜서에 담아 놓은 것 같은 깔끔한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