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산의 시간이다.
비울 것인지 남길 것인지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으며 진행한 비우기 과정이 끝이 났다. 다섯 평의 공간을 넓히자는 창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예전에 비해 단 한 뼘의 공간이라도 넓어졌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더 말끔하고 쾌적해져 스스로가 느끼기에 더 나은 공간이 되었다면,
당신은 충분히 애썼으며 이미 성공한 것이다.
10주 동안 열심히 치우는 것으로 우리 집 정리가 끝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이어트의 과정이 고되지만 그 뒤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든 것처럼 공간을 비우고 정리하는 것 역시 한번 날 잡아 싹 뒤집는 것과 비등하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대청소가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드는 거다.
필 받을 때 확 치웠다가 평소에는 아무 데나 물건을 늘어놓고 쟁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일주일 굶어서 몸무게만 줄였다가 다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폭식하는 것과 같다.
집안 곳곳의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비우고 표면에 나와있는 것들을 치워 말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이제 그 공간을 유지하는데 힘을 쓰자.
주말에는 대청소, 한 달에 한번 대청소 봄이 오면 대청소...
이런 계획은 세우지 말자.
대청소가 필요 없도록 매일매일 조금씩 부지런히 당신의 공간을 정리하고 가꾸기를 추천한다. 정리정돈 역시 습관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냐고 묻는다면 역설적이게도 나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라고 답해야겠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모든 것이 제자리에 들어 있는 사진 속 그대로의 깔끔한 우리 집을 마주하는 기쁨을 매일 느낄 수 있다. 겉옷을 벗기도 전에 뭐부터 치워야 되나 하는 정돈되지 않은 상태를 맞이한다면 내 공간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하기는 어려워진다.
자기 전에 집안을 정리해 두고 자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침에 일어나 최선을 다해 멍 때려야 하루가 여유롭고 알차다. 기상 직후 거실에 나와 흠칫하며 청소로 시작한다는 건 옳지 않다.
대학교 때 엠티를 갔는데 그 당시 그런 행사가 늘 그랬듯 모두 모여 마시고 먹고 놀다가 차례로 하나씩 잠을 자러 갔다. 그때 끝까지 자리에 남았던 한 친구는 밤새 쓰레기 더미에서 허우적거리는 꿈을 꿨는데 잠을 깨보니 전날 밤의 처참한 술자리 잔해 한가운데 있어서 깜짝 놀랐단다. 꿈에서보다 더 지저분했을게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이쿠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집안이 어지러웠던 날, 불현듯 그 생각이 났다.
예전에는 체력이 바닥나고 녹초가 되어도 싹 정리하고 잤지만 지금은 무리하지는 않는다. 도저히 체력이 안 되겠다 싶을 때는 그냥 두고 잔다. 하지만 하루의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그다음 날 정돈된 집안에서 하루를 시작할 때 하루의 끝과 시작이 더욱 평안한 것을 안다.
말을 착착 잘 듣는 신데렐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와줄 요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외출하기 전 미뤄봤자 돌아온 내가 해야 하고, 오늘 저녁에 미뤄봤자 내일 아침의 내가 해야 한다.
지금의 내가 쉬어야 할 상태면 그 역시 전혀 미안해하지 말고 미루면 된다.
지금 여력이 있다면
잠시 후 깜깜한 밤에 보다 편안한 휴식을 취할 나를 위해,
밖에 나갔다 돌아오며 집에서는 최선을 다해 쉬고 싶을 나를 위해,
즐겁고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할 나를 위해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된다. 그때그때 부지런히 움직이면 언제나 쾌적한 공간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나의 공간을 가꾸는 것,
그것만큼 나를 위한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