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May 08. 2024

겨울이 지났으니, 미니멀 라이프 재정비

 몹시 이상하다.

 겨울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겨울이라고 학교나 회사를 덜 가는 것도 물론 아니다. 딱히 계절에 따른 특수한 일정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꼭 그런다.

겨울잠 자기 전 포동포동 살을 찌워 낸 곰

  여름에는 작은 커버 하나만 나와 있어도 세상 거추장스럽다며 잘도 걷어 내면서 겨울에는 뭔가 자꾸 밖으로 나온다. 바닥과 벽이 너무 희고 휑하니 집안이 좀 추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 난방효율을 높여 보자며 바닥에도 작은 러그를 하나를 더 깐다. 소파에 그냥 앉는 순간 가죽의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며 보들보들한 들을 늘어놓는다.

그뿐인가. 한번 나가려면 큰 마음먹고 완전무장을 하고 나가야 하니 그때그때 식재료를 사 오기가 힘들다며 겨울잠 자는 동물처럼 자꾸만 먹을 걸 댔다.

 여기에 과학적 근거도 심리학적 이유도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겨울이 되면 가뜩이나 생명력 끈질긴 물욕이 몹시도 거대해진다. 

체중계만 있었는데 물욕 덕에 아래가 꽉 찼다

 갱년기처럼 날씨가 널을 뛰긴 하지만 그랬던 겨울 지났다.

 비가 오고 그렇게 추웠는데 살며시 털이 있는 옷을 입으니 당장에 왜 겨울옷을 입고 왔냐는 타박을 받은 걸 보니 이제 봄이 온 거다. 사실 그 사이 여름 같은 날도 며칠이나 있었지 않은가. 어쩌다 보니 봄과 여름이 동시에 왔지만, 여하튼 확실한 건 겨울은 지났다는 거다.

 겨울이 지났으니, 옷차림뿐 아니라 내 공간도 보다 가볍게 하자.

 언제나 가까이해 보려고 하지만 늘 나와는 경계를 지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재정비할 계절이 온 게다.

  겨울옷을 집어넣고 여름옷을 꺼내는 대대적인 작업은 필요 없다. 언제나 오른쪽 한쪽으로만 옷을 거는 방식으로 별도의 옷정리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랍이나 보관함의 옷들은 분명 반듯하게 개어 앞쪽으로 넣었음에도 어느 순간 흐물거리며 바닥에 깔리는 것들이 나오기 마련. 반듯하게 다시 개 주며 오랜 기간 입지 않았던 옷도 솎아 내고 두계절도 지나지 않아 작아진 아이 옷도 추려 낸다.


 집안의 온기를 위해 나와 있던 것들도 모두 들어갈 시간. 소파를 덮고 있던 것들, 바닥에 깔려 있던 것들은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해 잘 개서 넣어둔다. 부피가 크고 기계세탁을 할 수 없는 것들은 작은 집에 없다. 옷과 마찬가지로 패브릭 제품을 고를 때 역시 세탁기로 돌리고 건조기로 말릴 수 있는 것이 제1의 조건이다.

소파와 테이블은 수시로 위치가 바뀐다

 추위를 이유로 잠깐 방심한 사이 스멀스멀 밖에 나와 있던 물건들도 가능하면 안으로 집어넣는다. 주체하지 못하는 물욕으로 어느 순간 늘어난 살림들로 비어 있던 공간들이 꽉꽉 채워진 것을 보며 반성하며 잘 활용하자며 합리화도 한다. 날이 좋으니 산책 삼아 휘뚜루마뚜루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살 수 있으니 안 그래도 작은 냉장고를 꽉꽉 채워두는 것도 지양한다. 보다 꼼꼼하게 냉장고 재고를 파악해 냉장고 속 재료들을 사용해 한 끼 한 끼 채우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 근처에 있는 덕에 봄이라고 특별히 대청소를 할 것은 없지만 집안을 단장하며 보다 가벼운 집을 만든다. 미세먼지 없는 휴일 아침, 마룻바닥에 쨍하게 들어온 햇볕을 밟으며 온 집안 창문을 다 열고 꼼꼼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살짝 서늘하고 맑은 공기를 집 안에 넣어준다. 대대적으로 뭔가 꺼내고 다시 넣고 하지 않지만 늘 사용하면서 조금씩 흐트러진 것들이 보일 때마다 가지런히 정리해 주고 쓰임을 다한 것들은 바로바로 비운다.

주전자 역시 물욕의 결과로 밥통에게 자리를 빼앗겨 여기에 있다

  봄맞이 집 단장에는 기복 심한 날씨도 상관.

  단정하게 집을 가꾸는 내게 겨울은 지났고 완벽한 봄이 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