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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09. 2022

결제 금액에 0 하나를 더 붙였다

작은 집에서 마음이 편해졌다

 저녁을 먹고 나름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하겠다며 사용하는 모바일 지역상품권으로 결제를 하면서 0 하나를 더 붙였다. 아차 하고 '뒤로' 버튼을 눌렀는데 이미 승인이 됐다. 이건 신용카드와 달리 사장님이 앱에서 취소해야 한다는데 방금 나가셨단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앱에서 에러가 난다. 러고 일주째인 아직 완전히 결은 안 됐다. 손가락 한번 잘못 까딱는데 여파가 오래간다. 손가락이 밉다.


 전에는 7시로 미용실 모바일 예약을 하고 도착해서  예약 화면을 보여주는데, 얼라, 예약이 취소되어있다. 그것도 어제 날짜다. 이게 뭐지 하고 보니, 며칠 전 예약을 하며 날짜를 수정한다 해놓고 취소까지만 하고 다시 예약을 안 했다. 그래 놓고 오늘 7시에 딱 맞춰 왔다. 자신과의 약속이냐.


 지난달엔가는 일주일에 한 번  전기 구이를 파는 트럭에서 통닭을 사계좌 이체하고 왔는데,  맥주까지 마시며 이제 더 본격적으로 쉴까  핸드폰을 들었더니 은행 오류 화면이다. 사장님한테 예금주 확인했는데 그러고 나서 이체를 안 눌렀나 보다.


 이 정도면 거의 치매 간증의 장이다.


 딱 부러지고 빠릿빠릿했던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요새 렇게 실수를 한다. 딸에게도 참으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직언을 시는 친정 엄마 표현으로는 총기를 잃었단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다른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이러나. 내 총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내 총기가 언제쯤 사라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던 총기 덕이 아니고 그만큼 늘 긴장을 하고 있어서였다. 실수를 한다는 자체도 싫지만, 실수를 처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야 하는 것이 화가 나서 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책망했다. 다른 사람 실수 괜찮다 하면서 유독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실수가 잦은 요즘, 나는 '작은 집에서 나의 마음이 더 편해졌구나' 하며 오히려 안심을 한다.


  실수 좀 해 보니, 한 번 실수다고 청난 격을 입는 것도 아니다. 귀찮긴 해도 어지간하면 다 수습이 된다. 무전취식할 뻔한 위기도 운 좋게 그날 발견했다. 일주일 뒤 다시 트럭이 올 때까지 기다릴 뻔했다. 코로나 시국의 겨울이라 롱 패딩마스크만 끼고 가니 못 견딜 정도로 귀찮지도 않았다. 사장님은 이렇게 다시 오신 분은 없다며 고맙다고까지 해주신다. 자신과의 약속으로 간 미용실에서는 마침 손님이 없다며 마음에 쏙 들게 머리카락을 잘라주셨다. 0 하나 더 붙인 음식점에서는 본인 계좌로 받았다며  밥값 빼고 내 계좌로 보내주신다 하니, 오랜만에 월급 말고 '입금' 내역을 볼 수 있게 됐다. 순기능이다.


 솔직히, 아직도 실수하면 좋지 않다. 하지만 실수 안 하겠다고 피곤하게 나를 닦달하는 건 더 나쁘다.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을 0 하나 더 눌렀다고 미워하면 안 된다. 하루에 셀 수 없게, 동시에도 몇 개씩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데, 실수 몇 번 한다고 나를 미워하면 안 된다. 관대하게 넘어가면 된다.  일 아니다.


편하게 살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의 신년 계획은 편하게 살자다. 나는 계속 실수를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년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 거. 대단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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