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임이 병가를 마치고 어제 출근했다. 같은 코로나 확진이라도 별 증상 없이 지나는 사람도 있다던데 박주임은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언뜻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출근한 박주임의 얼굴에서 광이 난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피부에서 윤기가 느껴진다. 표정도 한결 밝다. 박주임이 원래 눈웃음이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은 일주일 회사 안 나오니까 이렇게 사람이 밝고 환해졌다며 놀리는데 박주임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아픈데도 좋더라고요' 한다. 다들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손뼉을 쳐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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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오후 정수기 앞에서 만난 박주임 얼굴엔 아침에 보였던 광채가 사라졌다. 광만 없는 게 아니고 눈 밑 부분이 이미 어두운 색으로 덮였다. 아니 어떻게 하루도 안돼서 이렇게 되었나 싶다. 얼굴을 보고 흠칫 하니 박주임은 오랜만에 나왔더니, 밀린 일 할 것도 많은데, 그건 아직 손도 못 댔단다. 자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업무 연락으로 하루 종일 뭐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계속 그러고 났더니 잠잠해졌던 기침이 다시 시작됐다면서 컵 안에 비타민 가루를 쏟아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