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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09. 2022

브런치 작가 한 달, 브런치 작성글 31개

신체는 피폐해도 마음은 더 이상 풍요로울 수 없다

 3월 8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4월 8일 글 작성 개수가 31개다. 건너뛴 날이 간혹 있지만 또 하루에 두 개씩도 올려서 결국 1일 1편이다.

  십수 년을 회사를 다니고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도대체 다른 거 할 시간이 어디 있냐 했었다. 우연히 돌리다 본 홈쇼핑 채널에서 운동기구를 팔면서  "텔레비전 보시면서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잖아요? 바로 그럴 때 운동하시는 거예요~"라고 쇼호스트가 이야기한다,  텔레비전 볼 시간도 거의 없고, 그나마 켜 놓고서는 빨래도 개야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밀고  있다며 혼자 대꾸를 하던 불만 분자였다.  

한달만에 작성글이 31개라니. 난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브런치에 빠지면서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집안일을 재빨리 끝내려고 애를 쓴다. 틈틈이 무슨 새로운 글이 올라왔나 들여다본다. 회사에서 화장실 갈 때마다 다른 사람 글 들여다본다. 평일 낮에 내가 누른 라이킷은 어쩐지 미안하지만 화장실에서 누른 거다.  심지어 점심을 빨리 먹고 혼자 카페에 가서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밤에는 또 막 적어본다. 안 그래도 노안이 왔는데 업무 하는 내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퇴근해서까지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폰을 번갈아가며 계속 브런치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이 정말 침침하다. 인공누액을 두 배 이상 사용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보이는 정도의 차이가 체감이 된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쓰다 보니 몸이 확실히 피곤하다. 삭신이 쑤신다. 나이가 들어 잠을 줄이니 체력이 달린다. 그랬더니 이제 홍삼 젤리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가며 한다.

 그런데 마음은 더 이상 풍요로울 수 없다. 무언가 해보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한 가지에 이 정도의 열정을 기울여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무엇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 게 언제였을까. 노안은 심할지언정, 갑자기 젊은이가 된 것 같이 신난다.

 어제 나의 글 개수를 보며 너무 훅 갔다가 지치지 않게, 이제 조금은 템포를 늦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 세편 정도 하자. 그랬다.

 

 그런데도 오늘도 나는 홍삼 젤리를 먹고 또 이러고 있다. 이제 작성 글수 32다.

 에라 모르겠다. 쓰고 싶을 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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