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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22. 2022

처제는 쓰레빠만 있구나

 근로소득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이 버는 것보다는 안 쓰는 것이 빠르다.

 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히키코모리가 적성임에도 장기근속 중이나 주문처럼 외는 문장들은 찰나에 뇌를 스쳐 가고 좀처럼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다.


 친구 회사 동기가 비트코인으로 '더 이상 일해도 되지 않을 만큼의 돈'을 벌고 사표를 냈다는 말을 듣고는 '와, 좋겠다, 좋겠다, 정말 좋겠다' 랩을 하고 말았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 다 털고 나올 때 시작한 주식은 계좌 개설과 동시에 마이너스를 맞이한 나와는 상관없는 외계의 일이니 듣지도 말자 하다가도 또 이렇게 몇 다리 건너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면 확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한다.


 입사 초기에 같이 근무하던 선임이 어느 날 남편 전화를 받고 급하게 휴가를 내고 나갔는데 그다음 날 돌아와 어제 만난 '진짜 부자' 얘기를 해다.

 

  어떤 이유로 한꺼번에 급매가 쏟아져 나온 오피스텔이 있으니 어서 계약하고 오라남편 말에 돈을 찾아 오피스텔 사무실에 가서는 몇 호를 할까 들여다보고 있었단다. 그런데 집에서 막 나온듯한 홈 원피스 슬리퍼 차림의 아주머니가 커다란 루이비통 가죽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3호 라인 고층부터 순서대로 다섯 개'를 달라며 마트에서 물건 사듯이 오피스텔을 골라 사서 바로 계약서를 쓰고 가방에서 현금 다발을 뭉탱이로 꺼내 계약금을 내고 가더란다.

 "계속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했더니 결국 3호 라인이 제일 조망이 좋은 거였더라고. 알짜는 그 아줌마가 다 가져가고 나는 괜히 고민하다 겨우 저층 하나 잡아 왔어"라고 아쉬워하 그녀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부자라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어리바리한 우리들을 앉혀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미지출처 롯데온 판매 사진. 3초마다 보인다는 루이비통인데 나는 그 사이 2초에 해당한다


 뒤에 가족끼리 모여 뉴스를 보다 부동산 이야기가 나와 그때 들은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고 하니 형부가 이야기한다.

 "그래도 뭐, 처제도 루이통 가방은 있잖아요."  

 괜히 욱해서  

"저 루이비통도 없어요!" 

 하니 형부 왈

"아, 처제는 쓰레빠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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