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모양을 닮아가는 시간

유럽에서 '멍 때리기'를 배우며

by 여행하는 삶

​유럽의 라스깐떼라스 해변.

내 눈앞에는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가만히 누워 하늘을 응시하고, 흘러가는 구름의 색을 보고, 파도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지 않다. 그들은 완벽하게 '무(無)'의 상태를 즐기고 있다.


​한국인에게 이 '멍 때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생산성'이라는 잣대로만 측정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인간을 쥐어짜며 살아온 습성이 오래되서일까?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가치 있는 삶이라는 믿음이 우리 몸에 깊숙이 배어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곧 '무가치한 시간'으로 여겨지곤 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소중하게 쓰기 위해, 나는 아침마다 명상을 하며 '상실'과 '죽음'을 생각한다.

언젠가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비로소 오늘 하루를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유럽인들의 한없이 여유로운 태도는 낯선 풍경을 넘어선 일종의 나즈막한 문화 충격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나에게 베여있는 이 강박적 사고의 흐름에 역행하고 싶다. 가만히 있는 시간의 가치를 알고 생산성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는 법을 배우고 싶다.


해변에 누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흘러가는 구름의 모양이 조금씩, 아주 천천히 변해가는 것을 지켜본다.


구름은 조금씩 모양이 바뀌는데 그걸 바라보는 이 시간엔 온갖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단순한 행위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이 시간적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 평온한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이렇게 단순한 행복을 오랫동안 찾지 않았음을...


​구름의 모양이 변하듯, 내 마음의 모양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이들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 자체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


한국인 특유의 조급함을 뒤로하고, 구름을 닮은 여유를 내 삶의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오늘도 유유자적한 라스팔마스의 라스깐떼라스 해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