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논에서 볼 수 있는 풍년새우
뜰채와 햇반 용기 하나씩 들고 각자 논둑에 앉아서 논 생물을 채집해서 관찰하는 체험 중이었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한 아이가 채집통에 뭘 담아서 들고 왔다.
“우와~ 신기한 걸 발견했네?”
당황스러웠다. 올챙이, 소금쟁이, 물자라나 거머리 정도나 있겠지 생각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생물이라.
‘어 이게 뭐지?’ 아무리 봐도 난생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선생님, 이게 뭐냐구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재차 묻는데 난감해졌다.
“글쎄 선생님도 처음 보는 거라 이름을 모르겠다. 이게 뭔지 찾아보고 다음에 알려줄게. 우리 친구가 관찰력이 엄청 좋은데? 다른 생물도 더 찾아볼까?”
당황한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물쩍 둘러대고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몸길이는 2cm 남짓, 몸 전체가 투명해서 까만색 눈 두 개가 점처럼 보였다. 다리인지 지느러미인지 모를 연두색 털 같은 것이 많이 달려 있었고 그걸 움직여 누워서 배영을 하는 것처럼 헤엄쳐 다녔다. 배 부분엔 알집처럼 보이는 게 있었고 꼬리 부분은 주황색을 띠고 있었다.
‘이런 게 논에 살고 있었단 말이야?’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논 주변에 살았는데 지금까지 이런 생물을 본 적이 없다. 제초제나 살충제 같은 농약 사용으로 인해 논에는 벼 이외의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탓이기도 하지만 어렸을 땐 논 생물을 그다지 관심 있게 들여다본 기억이 없다. 학생들 앞에서 내가 너무 놀라 호들갑을 떨면 ‘모냥 빠질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했지만 속으로 적잖이 놀랍고 신기했다.
집에 와서 ‘논 생물’로 폭풍 검색해보니 사진이 나왔다. 이름은 ‘풍년새우’. 풍년새우가 논에서 많이 관찰되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옛말이 있다고 한다. 비료가 없던 시절 논에 물이 마르고 풍년새우가 죽으면 논에 자연적으로 거름이 되어 벼가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측하는 의견이 있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건 아니지만 일리가 있어 보였다.
오염되지 않은 논이나 웅덩이에서 5월~7월 사이 한 달 정도만 짧게 관찰되는 갑각류. 휴면기에 말라 있던 논에 물을 채우면 알이 2~3일 내 부화한다. 몸이 투명하고 11개의 가슴다리가 있는데 가슴다리에 아가미가 붙어있다고 한다. 가슴다리에 조류가 붙으면 녹색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관찰했을 때 털처럼 보인 것은 다리에 붙어있는 아가미였고 조류가 붙어있어 연두색으로 보인 것 같다. 배 부분에 알집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채집된 녀석은 암컷이었나보다.
암컷은 논바닥에 알을 낳고 죽는다는데 논이 마르면 그 알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았다. 풍년새우의 알은 사막처럼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물이 없으면 부화가 가능한 조건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휴면기를 갖는다고 한다. 벼 성장에 맞춰 물을 채우거나 물을 빼고 말리는 논의 특성에 딱 맞게 적응한 생존방식이 신기했다.
풍년새우가 관찰된 논은 겨울철에 도래하는 새들을 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벼를 재배하여 수확하지 않고 남겨두는 논이다. 그 덕분에 풍년새우를 볼 수 있었나 보다.
풍년새우를 자세히 보고 싶어 며칠 후에 논에 다시 가보았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그 주변의 다른 논에서도 풍년새우가 보였다. 그전에도 있었겠지만 못 보았고 관심이 생기니 잘 보였다. 관찰력이 좋은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생물을 알게 되었고 논 생물에 대해서 더 관심이 생겼다.
그 아이에게 관찰했던 생물이 풍년새우라고 알려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다시 못 만났던 것 같다. 매년 풍년새우가 보일 때쯤 되면 그 아이 생각이 난다. 지금쯤 고등학생이 되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