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밤

가장 완전한 1인 가구 가장 되기

by 성당

어젯밤에는 잠들면서 22년의 새해를 떠올렸다. 어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탓이다. 이런 계절에, 코끝이 시리다고 느끼는 것은 주로 혼자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지금도 여전히 혼자 있지만, 그건 다른 종류의 느낌이다. 계절의 냉기를 느끼는 날에 나는 슬픈 기분이 든다. 22년, 새해, 추웠는데 계속 돌아다닐 일이 생겼고, 재미있는 일이 많았고, 나는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그 순간도 옛날이 된 것이다. 나는 그날이 오래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물론 슬프기도 했지만-바로 지금 이 순간부로 옛날이 된 시절을 실감하는 비통함이기도 했다. 비통함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만, 그게 나쁘게 느껴진 것은 아니다. 슬픈 고백이 아름답기도 한 것처럼, 내가 느낀 비통함은 어떤 결실처럼 맺어졌다.

그 전날에는 혼자 술을 먹고 엄청나게 취했다. 왜 사람들은 알코올에 죽고 못 살까?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그게 참 궁금했다. 젤리나 감자칩 같은 것들도 좋은데, '술'은 정말 모든 기호식품의 가치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약물처럼 반응하는 주류의 이유를 오래전부터, 그리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4학년의-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이미 술이 엄청난 물질이라는 것을 알았던-어느 날에는, '소주 한 잔'이 너무 끌리던 이상한 감각을 느껴본 적도 있다. 성인이 되어 나중에 소주의 맛을 알게 되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맛뿐이라 충격받았지만. 가끔씩 술을 먹는 어른이 된 지금은, 한 번씩 줄담배를 피우는 꿈을 꾼다. 현실의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술도 못 먹으면서, 자꾸 좋아하려고 애쓰는 것이 그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이유와도 비슷할 것 같다. 올해에는 술 마시는 게 조금씩 즐거운데, 제대로 취하는 과정을 비로소 겪어봐서 그런 것 같다. 어, 나 술 맛있네, 생각하고 나서는 바로 혼자 술 먹지 않기를 다짐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집에 남아있던 와인을 한 잔씩 마셨는데, 얼마 안 남아있던 걸 금방 다 해치우고 주류가게에 가서 와인을 새로 사 왔다. 장발장처럼 옆구리에 와인 한 병 끼고 집에 와서 몇 잔 마셨는데 완전히 취했고 정말 행복했다. 나중에는 한 잔을 다 쏟고, 치우다가 킬킬 웃고, 술 먹고 '만취'하고 '행복'한 경험은 처음 해보는데 그 다음날 '숙취'도 처음 느껴보았다. 너무 온전하게 행복하고, 안전하고, 즐거워서 술 먹는 생활을 엄격하게 조심해야겠다. 온전히 행복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일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그런 순간이 있을 수도 있어, 하고 나를 설득하면 큰일 날 것이다. 어쩌면 술이나 담배와 같은 순전히 '쾌락'을 위한 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의 방식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행복에 가까운 것들은 그러니까, 대체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재미없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납득할 수 있다.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삶은 깨끗이 행복하다. 그래서 만취한 날 잠에 드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평소처럼 맨정신에 잠들던 어젯밤은 슬프고 비통하고, 아름답고 절절했다. 나는 안전한 침대 위에 누워 있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격동하며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간다. 모든 흔들림에서 벗어나서 깨끗이 행복하기를 더는 바라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살려줘요,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