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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3. 2017

혼자사는여자

자취 12년차 싱글녀의 웃픈 서울살이, 웃픈 서른살이

은평구립도서관의 센서티브 예약문자를 받고 센서티브를 빌리러 갔다. 최대 대여 권수가 5권이기 때문에 이왕 빌리는 것 1권 더 빌려갈까 싶어 서가를 스윽 둘러보았다. 내가 주로 가는 에세이 분야를 둘러보는데 이 책이 보였다. 나도 혼자살고 나이대도 비슷하니 한번 읽어보기로했다.


성별이 달라서 그럴까? 어떤 것은 이해가 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 그냥 그렇구나~' 싶은 내용도 있었다. 저자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이런류의 책이 실패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의 절대 다수는 '직장인'인데,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의 절대 다수는 '프리랜서'다. 그러니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의 공감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프리랜서라 집에서 빈둥거릴때도 있다고 하지만 독자의 대부분은 빈둥거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흔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어줍잖은 글 보다는 조금은 깊이가 있는 글이라 이 책을 접하는 동년배의 비슷한 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위로가 될만한 책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사람 만나는 게 놀이였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자꾸 편한 사람, 줄곧 만나던 사람만 보다 보니

인간관계가 점점 더 걸러지고 좁아지는 것 같다. (125p)
나 혼자 흔히 '통상적인 관계', '친한 사람' 등으로 구분을 하곤 한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회사의 사람들은 꼭! 필요하거나 자주 연락하는 사람만 저장해 놓고, 카톡에 저장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정리하듯 수시로 정리를 한다. 마치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것 처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을 대하는 것도 노동이 되는가보다.



시작하기 딱 좋은 숫자 '0'

신입생이나 사회 초년생처럼 어떤 일을 저질러도 용서되고

무엇이든 시작해 볼 수 있는 시기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만 서른을 넘긴 요즘, 어느 때보다 좋다. (129p)
괜한 용기를 얻은 부분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 그런가보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어제를 그저께를 희생했다면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내 삶은 희생으로만 가득 차 있지 않을까? (160p)
요즘 많은 이들이 당장을 살라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아직도 햇갈리는 부분이다. 올지도 말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희생을 해서 미래의 나를 윤택하게 할 것인가,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내일을 당장 알차게 살면서 만족을 해야 하는가. 사실 오늘을 살라는 많은 이들은 내일이 보장된 돈도 마음도 두둑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오늘을 살라는 말에 현혹된다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책임회피 같기도 하고.. 결국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다. (죽을 때 알겠지, 죽기는 싫고)






글이 나름 깊다. 왠지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20 후반 ~ 30 초반의 내 친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속터놓을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혼자사는여자>를 읽는 것도 좋겠다.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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