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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7. 2017

저, 죄송한데요

소심한 행동이라는 일각 밑에 숨은 빙산 규모의 망설임!

쏜살문고의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를 계기로 쏜살문고의 책을 한권 더 읽어보기로 하였다. 고전보다는 최근의 산문집으로. 그래서 남은 선택지는 <저, 죄송한데요>. 주변에서 책 내지 디자인이 새롭다, 뭐 이런 책이 있냐, 요즘 트랜드냐 하는 반응들이 있던 책이였다.


내용은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이기준씨의 산문집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기 의식의 흐름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뭐 이런 사람이 있지' 싶다가도 '아 이거 나랑 비슷하다' 라고 느꼈다. 책 뒷표지에 그 설명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소심한 행동, 망설임 




처음 몇장을 읽었을 때 글이 너무 여성스러워 '이사람 여자야?'하고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남자. 누군지 궁금해서 직접 검색해 보았다. 이 작가에 대해 읽어본 글은 총 2개인데, 첫번째 글의 사진이 이 글에 부합되는 사진인 것 같았다. 상상이 되는 얼굴.

(읽은 글들)

http://blog.naver.com/cabooks/220963653574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045&contents_id=103412



출처 : http://blog.naver.com/cabooks/220963653574







내 견해가 아무리 마땅해 보여도 어디까지나 내 견해일 뿐 다른 사람이 옳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는 것. 이렇게 저는 제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반쪽짜리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11p)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가지 문제점은, 다른 사람이 옳을 가능성에 대해 너무 고려하다보니 내 견해가 흐려지는 경향이 가끔씩 있다는 것이다. 내 일을 하면서부터 이런 느낌이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요즘은 내 견해를 조금 더 관철하는 훈련(?)을 나 스스로 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통해 검증된 곳만 다니면 별로 재미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좋다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저만의 풍경을 찾고 싶습니다. 비록 반쪽짜리 여행이 되더라도요. 무언가를 찾는 행위는 흩어져 있는 자신의 일부를 확인하는 일인 듯합니다. (19p)

요즘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것 중 하나. 여행에 대한 의미를 찾고, 목적을 찾는 것.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반죽하면서 기온과 습도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휘젓는 손목의 각도가 어땠는지 등의 기술적 세부 사항을 가늠하느라 그것들의 총합인 '맛'이라는 단순한 현상을 놓치고 마는 것일까요? (우라사와 나오키가 리메이크한 <플루토>에서) (43p)

와인 열풍일 때도, 커피가 열풍일 때도 느끼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뭔가 논점을 잃는 듯한 느낌이다. 먹고 마시는건 '맛'이 중요한데도 그 테크닉에 너무 열을 올리는 것. 



지구에서는 잡지라는 장르로 여전히 존재합니다. 경제 논리와 허영이 묘하게 얽힌.. (140p)

잡지 = 경제 논리 + 허영



디자이너는 쫀쫀해야 합니다. (147p)

글을 읽다 보면 이 책 곧곧에 이 사람이 쫀쫀하다는게 느껴진다. 근데 그게 묘하게 이해되고 공감되고 재미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제일 처음 했던 이야기는 '이런 사람도 책을 쓰네'라는 이야기다. 물론 나쁜 의미는 아니고 이렇게 소심하고 망설임이 많은 사람이 글을 쓰다니 대단하다는 의미로 하는 이야기다. 요즘 <센서티브>라는 책이 인기를 많이 끌고 있다. 나도 물론 읽어보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였다. <센서티브>를 읽고 이 책을 읽으니 뭔가 이전 책의 예시 같은 느낌이랄까? 소심함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크게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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