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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9. 2017

모든 요일의 여행

낯선 삶의 틈에서 '나'를 찾아가는 카피라이터의 여행법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저자는 책을 별로 재미있게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전의 <모든 요일의 기록>을 보고 워낙 실망해서였을까? 이 책 시리즈가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 이해도 안가고 에세이를 잘못 고르면 완전 일기 보는 기분이구나를 느낀 책이 <모든 요일의 기록>이였다.


그래도 이 다음 시리즈인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은 이유는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인 MY UNIVERSE의 다음 노트 주제가 '여행'이기 때문이였다. 때문에 여행과 관련한 책을 이리저리 읽는 중이라 이 책도 선택하였다. 나는 이 책에서 카피라이터가 쓴 여행에 관한 간지러운 표현이 필요했다. 그거 하나로 먹고 사는 업을 가진 저자의 책이기에.









행복을 향한 몸짓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행위가 여행 말고 또 있을까 (5p)

여행에 대한 표현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 그러니 나는 나의 빛을 기록하고 싶었다. ~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길 위에서는 다른 모든 걸 포기해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등등 여행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 진지하게 배웠다. 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 (11~12p)

여행에 대한 표현



이 순간이 서울에서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상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회사 갈 걱정에 이불 속에서부터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는 일상, 이른 아침 단박에 깰 수 있고, 왠지 억울한 심정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일상. 출근길에 삼각김밥이나 우유를 입에 쑤셔 넣지 않아도 되는 일상. 집에 들어오기 전에 내일 먹을 음식을 간단하게 장볼 수 있고, 피곤하다며 멍하게 tv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해야 하는데, 라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일상.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고, 머리는 잠시 쉬게 만들 수 있는 일상. 피곤해진 몸 덕분에, 끊임없이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머릿속 덕분에 이른 시간에 잠을 청하게 되고 그리하여 다시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일상.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러 온 곳에서 나는, 비로소 원하던 일상의 리듬을 찾는 주잉었다. (24~25p)

카피라이터라서 그럴까? 한가지 이야기에 대해 수 많은 예시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꽤 많다. 이것이 삶을 관찰하는 자들의 방식이려나? 세상의 많은 삶을 관찰하는 삶이 피곤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어 보인다.



나는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지에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일상에 도착하고 싶었다. (29p)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나라의 '일상'에 스며들고 싶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에어비엔비가 각광받고 있을 것이고.



알랭 드 보통이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만약에 '좋은 식사와 나쁜 숙소', '나쁜 식사와 좋은 숙소' 중에 고르라면 뭘 고르겠는가? (30p)

나라면 나쁜 식사와 좋은 숙소. 식사는 맛집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여기게 되는 그 마음을 만나기 위해 떠나온 것이다. (37p)

이 책에서 이 구절이 가장 공감되고 가장 와닿았다.



보는 곳 마다 멋있어 보였고, 내가 거기에 있다는 걸 상상만 해도 벅찼다. 보는 사진마다 맛있어 보였고, 나도 저런 음식을 꼭 먹어봐야지 다짐했다. 가야 할 곳, 봐야 할 것, 먹어야 할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로 파리를 빼곡히 채웠다. (44p)



나도 관광객이었다. 나도 이 도시가 낯설기만 했다.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47p)

가끔 관광객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더라. 아무리 도시에서 관광객이 아닌척 자연스러운 척 다니고 싶어도 결국은 관광객. 



매번 여행 때마다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꿈꾼다. (58p)



우리는 그의 삶의 관광객이었다. 잠끈 들렀다 멀리 떠나는 관광객. 순간을 영원이라 생각해버릭, 파편을 전부라 착각해버리는 관광객. 단골술집이라며 우리가 친한 척해봐도 변하는 사실은 없었다. (94p)

우리가 사진처럼 그 시간, 그 장소, 그 느낌을 담아놓지만 세상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 실감하게 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한 가지 목적을 두고, 나머지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여행 (122p)



다시올 수 있을까?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지만 오답일 확률이 크다. 외면하고 싶지만 정답은 '다시는 못 올 것이다.' 이곳은 다시 없다. 사람이 변하고 빛이 변하고 풍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내가 변한다.(124p)



거길 못 갔다고 큰일 나는게 아니야. 그거 못 먹었다고 여행이 끝장나는게 아니야. (126p)

여행자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시선이 머무는 구석구석마다 작지만 확고한 행복들이 손을 들었다. (155p)



좋은 걸 보고 흥분할 때, 옆에서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았다. (179p)

여행이 아닌 삶에서 이런 사람을 하나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인지는 느껴본 사람만이 알겠지? 








저자나 우리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다. 이 저자가 느끼는 것을 우리가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만 글자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냈느냐 안나타냈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과의 생각이 비슷해서 더 인기가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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