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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LD Jun 06. 2017

1cm+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예전부터 이 책은 인기가 많았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책이 한창 유행할 때에는 이런 책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런 책이 뭔가하니 책같지 않게 짧게 쓴 그런 책들이다. 근데 요즘은 이 책보다 더 짧은, 더 허접한 책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들을 모은 허접하기 그지 없는 허세책)도 나오는 판에 이 책은 나에게 다시한번 '명작'급으로 다가왔다. 마침 도서관에서 보고 싶었던 책이 없는 관계로 1cm+를 빌려왔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가 쓴 책이다.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쓴 책들이 다수 있다. 물론 재미있게 봤다. 이를 테면 박웅현CD의 여러 책들이나 (특히 <책은 도끼다>는 나에게 큰 영향을 줌), <우리 회의나 할까?>라던지.. 아직 아직 읽지 않았지만 <모든 요일의 기록>(사실 이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을 간건데 실패) 등

이 책을 비롯해 광고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건드리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읽는 재미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화장실에 두기 좋은 책'이다. 사실 이 책에 발췌할만한 글을 표시하는 포스트잇이 많이 붙어 있지는 않다. 대신 이 책은 생각날 때마다 글 하나를 전체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글이 짧기도 하거니와 하나의 키포인트를 잡는 것이 아닌, 글 전체의 흐름으로 인생에 필요한 1cm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현실보다 상상이다. (26p)

괴로운/나쁜 일을 먼저 상상해서 괴롭힘을 당하지 말 것. 현실은 마주쳐봐야 아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할 것.



후회는 기회라는 도마뱀의 꼬리다. 붙잡고 있다고 해서 기회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52p)

후회하지 말 것. 이미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발판 삼아 도약하는 계기로 삼자.



'Vidio kills the radio star, Smartphone kills smart people.' 중

이것의 지배와 더불어,

소중한 사람의 얼굴 보며 대화하기,

지나치는 풍경에서의 즐거운 발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색이 실종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졌죠.

이것은, 인간에게 위대한 발견을 허락하고

원하는 삶과 나아갈 길에 대해 알려주고

창조의 원천이 되는 '고독'을 즐기지 못하도록 위협하고 있습니다. (57p)

핸드폰좀 그만보자. 책을 읽자. 주위를 둘러보자. 생각을 하자.



쇼퍼홀릭의 명언

세상은 넓고 살 것은 많다. 

나의 쇼핑을 엄마에게 알리지 말라. 

쇼핑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내일의 신상이 뜬다.

업무를 하고 있는 1분은 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을 때는 한 시간이 1분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상대성이다.

우물쭈물 사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품절이다).

벼룩시장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100p)

광고쟁이의 흔한 말장난. 누구나 아는 명언을 바꿔 놓으니 더 잘 들어온다. 나중에 카피쓸 때 참고해야지.



그냥 흰 티가 아니라 "심플한 네크라인과 고급스러운 소재감으로 어떤 옷에도 매치하기 좋은 데일리 아이템."

그냥 바지가 아니라 "촘촘히 박힌 고급스러운 징들이 자유로운 소울을 자극하는 스터드 팬츠."

그냥 청 남방이 아니라 "우드스탁의 자유분방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복고적이고 내추럴한 데님 남방" (102p)

카피 참고용 (예시) 담백한 글 말고 이런 미사어구가 잘 버무려져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마음에게 읽어주세요.

사과는 바로바로, 축하는 빠르게, 안부는 늦지 않게, 은혜는 늦게라도, 오해는 천천히, 복수는 죽음보다 천천히, 사랑은 죽어서도 (131p)

마음에게 읽어줬습니다. 삶의 덕목. 지혜.



그러니 상처는 깃털처럼 날리고 가슴에, 사랑만을 남겨라. (136p)



마음의 저울 중

열정이 무거워져 욕심을 가리키는지,

사랑이 무거워져 집착을 가리키는지,

자신감이 무거워져 자만을 가리키는지,

여유로움이 무거워져 게으름을 가리키는지,

자기 위안이 무거워져 변명을 가리키는지,

슬픔이 무거워져 우울을 가리키는지,

주관이 무거워져 독선을 가리키는지,

두려움이 무거워져 포기를 가리키는지, (146p)



세상이 내게 일러주는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세상이 일러주지 않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묻히고 잊힌다. (168p)



현실로 떠나는 티켓

한편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장소를 옮겨다니지만

마침내 한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이곳,

분수대에서 튀는 물방울이 차갑게 볼에 닿는 이곳,

하늘 위 열기구가 색색의 풍선같이 보이는 이곳,

처음 맛보는 고등어케밥이 내 입맛에 꼭 맞는 이곳.

과거로도 미래로도 이동하지 않은 채

지금 내 몸이 머물러있는 바로 이곳에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다. (216p)

여행에 대한 글. 난 여행에 대한 글을 유난히 좋아한다. 





책에 별 내용이 없으니 슬쩍슬쩍 읽기 좋으니 화장실에서 핸드폰 하기보단 이런 책 한 권 가져다 놓고 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화장실에 한 권씩 비치해 두면 좋겠다. (별 내용은 없으나 마음에는 닿는 뭐 그런 글이니)





길고 긴 서평보다 그 책에 담긴 몇 문장이 그 책을 더 사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의 독서노트를 공유합니다. 

(라고 쓰지만 결국은 내 독서노트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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