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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Apr 09. 2022

만우절 뒷 이야기

키 크려면 빨리 자자

2022년 4월 1일, 만우절.

중학생 아이는 학교에 가서 만우절에나 누릴 수 있는 책상 눕히기, 남자 선배에게 ‘잘 생기셨네요!’라고 이야기하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등 아주 신나게 놀고 왔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는 만우절 행사 주동자로 혼나면서 눈물까지 찔끔 흘리는 써프라이즈도 당하면서 말입니다.

아이가 웃으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듣는 저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는 만우절을 앞두고, 카카오톡 단체 톡 방을 따로 만들어 반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는 ‘내일이 만우절인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반 친구들만 불러야 하는데, 담임 선생님까지 초대해서 말이지요. 담임 선생님은 같이 웃어주시고, 아이는 톡 방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시작을 하자, 반 친구들이 난리가 나면서 일을 도모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올 해 만우절은 아이에게 일생일대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그 분위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하트를 날리고 주고받는 장난으로 이어집니다. 여기까지는 재미가 있었는데, 중학교 와서 절친이 된 친구가 둘이 사귄다고 소문을 내고, 친구들의 귀찮은 질문에 남자아이는 ‘사귄 지 500일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 버립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자아이 반 친구들은 아이를 보면 ‘oo 여친’이라고 하면서 일이 복잡해집니다. 

중1 아이들의 재잘거림, 별거 아닌 것으로 친구를 놀리고, 재미있어하고, 그게 거기까지 딱 끝나면 좋은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수습과 해명이 필요함을 알아차립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반 친구들에게 여친이 아님을 말해 달라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내년 만우절에도 둘이 사귄다고 구라를 치자고 이야기합니다. 둘이 그렇게 웃고 끝나는 거 같았는데, 친구들은 아직도 둘이 사귄다고 장난을 걸고, 그 일로 둘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네요. 이제는 학교에서 둘이 만나도 소극적으로 인사만 한다고 합니다. 장난이 어색해진 것이지요.

신학기 3월은 적응하고 이제 진지해지려 하니 만우절로 한바탕 폭풍이 훑고 지나간 듯 합니다. 

늦은 저녁 시간 여자 선배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있니? 선배가 있니? 잘생긴 선배는 어떠니?'라며 질문을 해댑니다. 아이는 여자 선배의 말에 '아니에요. 없어요. 아이돌 같은 사람이에요.'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어 잘생긴 남자 선배가 걸어온 카톡. ‘안녕’으로 시작한, 대화의 끝은 ‘네 키가 얼마니?. 키 크려면 빨리 자야지.’ 여자 선배도 아이에게 키를 물어보고 일찍 자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여자 선배와 남자 선배의 저녁 카톡의 공통점은 아이에게 '네 키가 얼마니?'였고, '키 크게 빨리 자자' 였습니다. 

친구가 아닌 1살 많은 선배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아이는 참 신나 합니다. 

그리고 하던 것을 멈추고 아이는 키 크려고 자러 갑니다. 

만우절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나 봅니다.

1살. 중1과 중2는 차이가 커 보입니다. 철 없어 보이는 아이에게 1살 많은 선배들은 참 의젓합니다. 

엄마가 '키 크게 빨리 자자 '를 수없이 말했건만, 아이는 하거나 말거나 했는데, 선배들의 키 클 처방전은 바로 지키려고 합니다. 선배들의 말대로 빨리 자고 키가 쑥쑥 컸으면 합니다.

내년 만우절에는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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