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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Apr 10. 2022

마감에 대한 게으름


지인과 일주일에 3편씩 글을 쓰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인증은 블러그나 카카오브런치에 올리고 카카오톡 채팅방에 링크를 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한 개 인정이라는 규칙도 세웠습니다.

시작을 하며 일주일에 3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생활 글이나 일기 글이나 무엇이든 편하게 꾸준히 쓰는 것이 취지여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까짓 거’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편은 소설, 한 편은 그림책 읽고 서평쓰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작을 하면서 ‘일주일에 세 편 글쓰기’를 제안한 지인은 자신의 바쁜 일정을 고려하여 주 초에 글을 쓰고 톡 방에 올려주었습니다. 저는 지인이 올려놓은 글을 읽으며 저 또한 일요일 자정 전에 3편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목·금·토 3일 동안 쓰고, 하나가 빠지면 일요일에 채우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마감이 닥쳐야 일을 하는 나쁜 습관이 저를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월요일 화요일에는 쉼을 하다가 수요일부터 글을 써야지 하고 서두르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감에 대한 게으름 병이 저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지요.

누구든지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일의 능률도 더 오르지요. 마감을 지키기 위해서 애 쓰면서 그동안 살면서 마감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일은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때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엄마의 권유로 한식자격증을 따기 위함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요리학원에 등록하니 이모가 본인이 쓰던 제 손에 맞는 칼을 주셨는데. 학원에서는 그 칼이 작다고 새로 사라고 자꾸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칼이 좋았고 끝까지 바꾸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학원은 억지로 다닌 터라 요리 실습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해물이 재료로 나오면 손질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지금이야 맨손으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데, 그때는 더 못했습니다. 아무튼 요리학원 실기시험에 10시까지 가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 안에 도착을 못 해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왜 늦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특별 사유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유든 저는 실기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다음에는 스케줄을 잘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실기시험장에 들어가 시험을 보는 친구를 밖에서 기다려주었습니다.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어떻게 기다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닥 관심이 없던 것이라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상사를 저지른 거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저녁, 일주일에 3개 약속이 펑크가 났음을 알아챘습니다. 이것저것 하다 날자 가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지요. 그동안도 간신히 슬라이딩 하거나, 시간이 쪼끔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처럼 넋 놓고 잊어버린 적은 없었는데, 어째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저를 발견하면서 깜작깜작 놀라고 있습니다. 

고백합니다. 일주일에 세 편 중 두 편만 썼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한 편을 더 써서 땡깡을 부려볼까도 싶습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 남은 시간 사사삭 글을 한 편 만들어 볼까도 싶습니다.

이미 버스가 떠났지만, 그 버스 뒤 꽁무니라도 매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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