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주말 주제 : 더는 붙들지 않기로 한 것
얼마 전 아이들 행복과 관련하여 줌으로 대면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응했다.
구글로 서면 설문조사를 해도 될 거 같은데, 줌으로 만나자고 하여 시간을 맞추어 들어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들어갔는데, 내가 들어가도 아는 척을 안 해주고 둘이 대화에 몰입을 하고 있었다. 줌으로 셋이서 만나기로 했나? 하고 대화가 끊어지기를 기다리는데,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화면을 보니, 두 분이 휴대폰으로 접속을 한 것 같았다. 휴대폰으로 접속하여 화면을 볼 때는 내가 들어갔어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 그제서야 대화를 하던 두 분이 말을 마무리 하면서 말을 주도적으로 하던 분이 줌을 나갔다. 아뿔사! 학부모 설문 중이었구나.
아이들 행복과 관련하여 이야기 할 건 간단했다, 마음을 비웠다고. 엄마가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웃는다고. 참 쉽다. 그치만 참 어려운 일이다.
20살된 큰 아이는 믿었다. 모든 걸 알아서 하겠지라고. 아니, 알아서 척척 해 줄 줄 알았다. 그냥 엄마가 속았다고 하는데 더 빠르겠다. 큰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을 잘 했다, 4컷 만화로도 쓱쓱 잘 그려냈다. 책도 좋아하여 잘 읽고, 글도 잘 썼다. 그래서 푸시 안 하고, 잔소리 안 하면 알아서 잘 하겠지 했다. 그랬더니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 하느라 공부를 멀리했다. 초등학교 3~4학년부터 꾸준히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공부하는 학원을 안 보냈다. 그냥 잘 할 줄 알고. 다른 거 더 하라고 공부에 쓸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총을 반질반질 윤나게 닦지 않고 그냥 내보낸 걸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가 헤맬수밖에.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는 얼마 안 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내 아이는 그런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잔소리 빼고 아무튼 그냥 자기 좋아하는 거 하고 살라고 내벼려두었다.
고1 둘째는 처음부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아이였다. 유모차에 앉아 놓으면 어느새 벨트 풀고 빠져나가는 아이였다. 한시도 가만이 있지 않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둘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 찾아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도 힘든데, 좋아서 한다. 자꾸 웃는 것을 보면서 '진짜 좋아하는구나'를 느낀다. 둘째의 운동도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가 알아서 하니까 응원을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세상 근심 없이 사는 아이 같다.
두 아이 엄마로 해 줄 수 있는 건, 좋아하는 걸로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거 말고는 없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에게 큰 걸 바라지 않는 엄마, 공부! 공부! 공부!를 마음에서 비우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 되니까 자포자기로 비우게 되긴 했다. 그냥 고마운 건, 그래도 엄마라고 자꾸 와서 말을 걸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는 거다. 엄마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엄마는 엄마고, 아이는 아이고, 내가 욕심을 내려놓으니 세상 편하다. 엄마들 사이에 나가 목에 힘을 빼야 해서 그게 좀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자꾸 오는 게 고마울 뿐이다. 경청을 못하는 엄마인데 경청을 조금씩 하다보니 기다릴 줄 알게 되는 거 같다.
내가 더는 붙들지 않는 것, 두 아이의 공부. 그런데 얘들아! 진짜 공부만 할 때가 좋은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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