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6) 비탈길

by 햇살처럼

졸업한 고등학교를 찾아가는 길, 모교를 찾아가는 건 아니고, 그 옆 건물에 가는 길이었다. 학교 정문은 도로에서 15도 각도로 비탈길이다. 오늘은 네비게이션을 잘 못 봐서 한 블럭 먼저 들어갔더니 경사가 더 심했다. 길도 좁고. 비가 내려서 뭔가 더 조심스럽기는 했다. 경사도 경사지만 비가 내리는 날 올라가는 건 왠지 무섭게 느껴진다.


예전에 30도? 40도? 되는 곳을 오르다 바퀴가 헛돌아 호흡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정말 핸들을 꽉 쥐고 있는 힘을 다해 엑셀을 밟아 고비를 넘겼다. 바퀴아 헛돌았다는 말은 누구에게도 못하고 다음날 바로 바퀴를 교체하였다. 정비소 직원은 바퀴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뭔가가 무서워서 바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 지름길인 그 길을 지나지 않고 빙 돌아다녔다.


바퀴가 헛돌았다는 말은 한참 지나서야 사람들과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마음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말문이 막혀 버린 것 같다. 그날 아이들 넷을 차에 태우고 있었다. 해맑은 아이들은 차가 헛바퀴 돌 때 잘 몰랐다. 나만 긴장했으니. 아이들이 몰라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무서워하면 안되니까.


그 경사가 심한 곳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다. 나는 어쩌다 지름길로 가느라 한 번씩 지나는 길이지만, 유모차를 힘껏 밀어 올라가기도 하고, 아이를 안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도 지나는 길이다. 더운 한 여름에 아이들은 마을버스 2정거장을 타고 가기도 한다. 그만큼 힘든 길이어서. 위에서 보면 아찔 하기도 한다.


산동네. 올라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경치는 참 좋다. 그 산동네 너머에 도서관이 있다. 우리집 20살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도서관에 가기 위해 혼자 비탈길을 넘어갔다. 엄마와 자주 다닌 길이어서 익숙하기도 하고,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엄마가 차로 데려다주다 보니 버스 탈 줄을 모르기도 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혼자 가야 상황인데, 수업은 가고 싶고, 그렇게 혼자 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비탈길 부근에 사는 지인이 중간에 쉬라고 집에 들르라 했다. 아이는 엄마 없이는 엄마 지인 집에 못간다고 들르지 않고 바로 도서관을 다녔다. 휴대폰도 없어서, 아이가 집을 나가면 연락할 길이 없었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그저 조마조마 할 뿐이었다.


아이는 도서관으로 넘어가는 길을 좋아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걸으면 40분은 잡아야 한다. 산꼭대기(?)까지는 주택가와 빌라촌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재미가 없다. 그런데 꼭대기부터 도서관 가는 길이 좋다. 내려가는 길이라 힘이 덜 들기도 했다. 산 길이라 여름에는 숲이라 좋고, 겨울에는 눈길이라 좋고. 도서관까지는 나무 계단이 조성되어 양쪽으로 꽃과 나무를 보면서 갈 수 있었다. 아이는 그 길이 좋아 비탈길을 걸어도 실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도 그 초록 숲이 좋아 아이와 천천히 걸어다녔다.


아무튼 학교 앞까지 무사히 올라갔다. 비탈길을 올라 마주하는 학교 운동장과 주차장은 마음을 탁 놓게 한다. 넓은 장소 평평한 곳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다. 이게 비탈길을 올라야 알 수 있는 마음이다. 비 내리는 운동장이지만 평평하니까 마음이 좋았다.


지금 나는 비탈길일까? 넓은 운동장일까? 이제 비탈길도 마다하지 말아야겠다.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니까.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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