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8) 귤

by 햇살처럼

귤 두 박스를 샀다, 두 군데에서.

자연스럽게 귤은 비교 당한다.


남편은 신맛 없는 단맛을 좋아한다. 나는 아주 신 걸 좋아하고.


요즘 시중에 나오는 귤은 단맛이 나서 좋다. 요즘 귤 철이기도 해서인지 귤이 맛이 좋으니까 자꾸 사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작은 크기지만 박스 하나를 샀다. 남편에게는 만족. 맛이 있다면서 하나 먹고 하나 더 가지고 가고.


남편과 나는 귤을 먹는 방식이 다르다. 남편은 많이 주면 싫어한다. 많아야 두 개. 나는 오목한 쟁반에 잔뜩 담아놓고 까 먹기. 귤은 10키로 한 박스를 펼쳐 놓고 먹으라면 먹을 수 있다. 한 차례에도 가능하다. 그만큼 좋아한다.


남편은 그냥 있으면 먹는 귤이라 맛이 있어야 두 개까지 먹고, 나는 좋아하니까 맛이 없더라도 박스 채 놓고 먹을 수 있다.


내가 귤을 먹지 못할 때는 바빠서, 편하게 앉아 먹을 시간이 없어서다. 뭐가 그리 할 일이 많은지, 일 머리가 없어서 그럴수도 있다.


아무튼, 2개의 귤 박스. 한 박스는 신맛 없이 달달하니 남편도 아이도 좋아한다. 다른 박스는 내가 먹어봐도 밍밍하니 인기가 없다. 오히려 나에게는 좋을 수 있다. 인기가 없는 밍밍한 박스는 손들이 안 가니까.


월요일 아침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는 아이는 귤만 싸달라고 그런다. 다른 것은 먹을 시간이 없다고.


아이에게 보내려고 씽크대 앞에 서서 석류 한 개를 열심히 깠다. 통에 넣으니 딱 한 통. 석류는 수저가 있어야 먹는다고 놓고 간단다. 석류를 그냥 반절 자르고 다시 반절 잘라 통에 넣을 수도 있는데, 아이 좋게 먹으라고 해 놨는데, 수저가 있어야 먹을 수 있다 보니 안 먹게 된다며 안 가져간단다.


아이가 원하는 과일은 귤. 그냥 까 먹을 수 있어서다. 바빠서 가만히 앉아 편하게 먹을 시간이 없단다. 석류를 열심히 깐 시간만 아깝게 되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열심히 깐 거니 그냥 가져가라고. 아이는 알았다며 웃는다.


석류는 석류고 귤은 귤이고

같이 귤 한 박스 놓고 껍질 산을 만들어야겠다.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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