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47분, 해 뜨는 시간.
81세 친정엄마가 20살 손녀에게 새해 해돋이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81세 친정엄마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자주 봅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는지는 모릅니다. 엄마의 휴대폰을 열어 보지는 않거든요. 다만, 어두운 곳에서는 보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유튜브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니까 81세 할머니도 새해가 왔음을 실감한 모양입니다. 50년을 넘게 살면서 같이 해돋이를 보는 건, 처음입니다. 그게 내 친정엄마의 삶이었다고 말하는 게 빠를 듯합니다. 20살 손녀까지 대동하고 나서니 더 좋았겠지요.
어디 근사한 곳을 가지는 못하고, 동네 가까운 숲으로 갔습니다. 아파트 한 구석에서 솟아오르려는 태양, 올해 해는 작년과 다르게 눈이 부셨습니다. 작년에는 흐려서 해돋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올해 태양은 마주 보기 힘들게 이글이글했습니다.
숲 언덕배기에서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쳐다보고, 20살 젊은 놈이 발이 시리고, 81세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 태양 하나를 마음에 집어넣고, 피부에 느끼는 차가운 감촉은 핫팩 하나로 손에 살살 얼굴에 살살하며 조금은 따뜻함으로 바꿔 봅니다.
따뜻한 물 한 잔, 81세 노모와 20세 청년은 옷만 입고 나섰지만 52세 딸이자 엄마인 나는 텀블러와 종이컵을 챙기느라 바빴습니다. 그 바쁨이 있어 아침 추위 속에서 속을 따뜻하게 하였지요.
81세 친정엄마는 그냥 아침에 얼른 나와서 얼른 태양을 보고 추위를 피해 얼른 집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별거 아닌 것에 고맙다 하고 좋아하는 81세 친정엄마,
숲에 주차가 되지 않아 멀찍이 차를 대는 바람에 추위에 한참을 기다리면서도 20세 손녀가 팔짱을 껴주는 것으로도 얼굴이 활짝입니다.
발리 시리으면서도 81세 할머니 챙긴 20세 청년도 고마웠어요.
내년에는 어디 근사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해돋이를 봐야겠어요.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