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도시 도로는 하얬다. 길바닥이 하얘서 마치 진눈깨비가 지나간 듯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줄 때는 '언제 눈이 왔지?' 했는데, 올 때 생각해 보니 '눈이 아니라 염화칼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온다는 소식에 미리 염화칼슘을 쫙쫙 뿌려놓은 것이다. '아! 내 바퀴! 세차를 해야겠구나!' 했다. 눈도 오지 않은 도로에 염화칼슘을 쫙쫙 밟고 오니 바퀴가 닳는 느낌이었다.
눈이 와서 미끄러움으로 교통사고가 나는 것보다 미리 염화칼슘으로 예방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염화칼슘을 맨 발로 밟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눈이 내릴 때 염화칼슘을 뿌려대는 차가 지나가면서 눈이 녹고 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염화칼슘을 차들이 다니며 바퀴로 다 밟아 나르는 도로, 이게 맞나 싶기도 하면서,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하니 뭔가 억울한 느낌도 들었다.
돈이, 있는 곳에서는 넘쳐나고, 없는 곳에서는 결핍이고. 그래도 염화칼슘은 막 뿌려댈 수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를 막자고 하는 거니, 경사진 도로들에 뿌려 댄 것이니, 괜찮았다.
오후에 눈이 펑펑 내렸다,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진 것. 염화칼슘 덕분에 인도도 미끄럽지 않았다. 신발에도 바퀴에도 염화칼슘 천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끄럽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눈이 내리면, 눈을 쓸어야 하는 사람들, 내 집 앞, 내 가게 앞만 쓸면 되는데, 옆에까지 다 쓸어야 하는 것에 힘듦을 한 마디씩 이야기했다. 내 자리만 눈을 쓸어낼 수 없으니, 좌로 우로 옆에까지 다 쓸어야 하는 인심을 보야야 하는 거다.
볼일 보고 집에 와서, 대문 앞골목과 뒷골목을 전부는 아니고, 적당히만 눈삽으로 밀고 다녔다. 적당히만 해도 골목이 두 개라 한참이 걸리고, 아직 퇴근 전들이니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건 당연한 거고. 내 대문 앞만 쓸 수 없으니 옆 집 대문 앞까지.
사실, 모른 척 문 닫고 들어가도 된다. 눈은 안 치워도 그만, 치워도 그만이니까. 하지만 길이 얼까 걱정되고, 넘어지면 크게 부상으로 오니까 치워야 하는 게 맞고.
오랜만에 눈을 밀고 다녔더니, 땀이 여름처럼 줄줄 흘렀다. 노동의 대가라고 할까. 겨울에 이렇게 땀을 줄줄 흘릴 일이 없는데, 모자까지 쓰고 눈을 치우다 보니 머리에서도 땀이.
시원한 땀이라 기분이 좋다. 염화칼슘은 도로와 신발 부식 방지를 위해 뿌리지는 않았다. 미끄러지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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