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힘들어하는 것들 중 하나가 '기다리기'다. 이 기다리는 것을 못해서 버스를 잘 안 탄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특정 버스를 18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아무거나 오는 것을 타고, 집에서 와서 차로 다녀온 적도 있다. 기다리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좋다.
이 기다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곳이 병원이다. 예약을 하고 가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90분 지연된다'는 문자를 보고는 '90분을 밖에서 있다 가야 하나?'하고 망설이는데, 환자인 엄마는 혹시 시간이 당겨질지 모르니, 그냥 예약 시간에 맞추어, 아니, 예약시간보다 일찍 가서 자리를 잡는다. 언제 불려질지 모르니, 화장실 가는 것도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해 둬야 한다.
90분 지연은 120분이 되고, 의자는 빈 곳이 없이 꽉 차고,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서 있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긴 시간을 기다려도 의사를 만나고 갈 수 있다는 것으로 불평하지 않는 곳이 병원이라는 곳이다.
의료진들은 자신들의 힘듦을 이야기하겠지. 기다리는 게 힘들면 오지 말라고 하겠지. 환자 한 명 오고 안 오가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아쉬운 것은 환자니까.
엄마는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 보청기를 해 드렸는데도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잘 듣지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인 내가 동행한다. 다행히도 의사가 엄마에게 해 주는 말은 특별한 게 없다. 120분을 기다려 '괜찮아요. 지금처럼 약 잘 드시면 된다'는 말이다. 엄마는 기다린 것이 아까우니까,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뒤 환자 생각을 안 하고. 의사와 간호사는 급한 환자가 아닌 엄마는 빨리 가주기를 바랄 텐데, 엄마는 그걸 생각하지 않는다. "괜찮대요"라고 통역 아닌 통역으로 엄마를 일으켜 세워 나오는 것은 내 몫이다. 어쩌면 나는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엄마를 따라가 120분을 기다린 건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운 좋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120분을 꼼짝 않고 앉아 있었더니 몸이 굳었는지 허리도 어깨도 아프다. 심하게는 아니지만 뭔가 불편하다. 침이라도 한 대 맞고 싶은데, 엄마도 그런다. 한의원에 가야겠다고. 나으려고 갔다가 보호자까지 환자가 되어 온 상황이다.
건강하면 120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텐데, 의사도 간호사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왜 이리 대기가 길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힘들겠지. 한두 명이 환자도 아니니까.
그래도 원하는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 들러 약을 사 오는 엄마는 웃는다. 얼굴이 환하다.
엄마의 병원 동행에는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 그냥 옆에서 같이 있어 주는 것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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