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 11도,
남편은 출근,
다행히 회사 셔틀이 온다. 셔틀을 타니, 회사까지 자고 갈 수 있다.
나는 다이어리가 하얀 날. 하루 종일 뒹굴 할 수 있는 날이다.
셔틀 타는 곳까지 남편을 태워다 주면서, 셔틀 오기 전까지 따뜻한 차에서 있으라 하니, 제일 먼저 가서 줄을 서는 게 좋다고 한다. 1등으로 줄을 서야 기분이 좋단다. 이렇게 추운데. 10분이 넘게 남았는데 그냥 내린다.
나는 1등이 아닌 거의 꼴등으로 다니는 편이다. 약속 시간 늦지 않게, 또는 5분 늦게. 거의 슬라이딩으로 시간을 맞출 때가 많다.
나와 남편의 외출을 보면, 남편은 그냥 나가기만 한다. 나는? 집을 나가기 전에 할 게 많다. 집안일이 원래 티도 나지 않으면서 손댈 게 많으니까. 나는 꼴등으로 들어가도 괜찮은 사람이다. 1등 이어도 괜찮고, 꼴등이어도 괜찮고. 오히려 꼴등으로 통과되면 뭔가 이득을 본 느낌이기도 하다.
아무튼 남편은 추운 겨울에도 10분 여유 있게 움직여 1등으로 줄을 서 있다가 회사 버스를 탔다.
나는 추우니 운전을 해서 다니고. 추우니 자동차 시동을 좀 걸어줘야 하니 한 3분 먼저 움직이고.
1등을 좋아하는 남편과 가까스로 꼴등도 괜찮은 나랑 어찌어찌 잘 살고 있다. 그동안 남편이 참 속 많이 터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등의 장점은 먼저 할 수 있다는 거다. 선택도 먼저 할 수 있고, 뭐가 되었든 남보다 먼저다.
가까스로 꼴등은 그냥 들어가기만 해도 되는 거고. 뭘 해도 상관없는 그렇다.
남편이 회사를 다닐 날이 다닌 날보다 적게 남았다. 뭔가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거다.
1등을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나올 때는 꼴등으로 나와 주기를 바라는 바다. 1등보다 꼴등이 좋을 때도 있으니까.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