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7) 꽃

by 햇살처럼

작년 이맘때 아이들이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에 필요한 것은 꽃다발.


꽃 값이 많이 올라서, 도매시장에 가기로 했다. 내가 아는 도매 시장은 세 군데. 그 중 지하철역으로 3정거장만 가면 되는 가까운 곳으로 갔다.


얼마전까지는 꽃에 돈을 쓰는 게 참 아까웠다. 일주일이 못 가 시들어 버릴 것에 돈을 들이는 것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꽃다발이 있어야 할 곳엔 있어야 하지 않은가.


아이가 유치원 때는 비누로 만든 꽃다발을 샀다. 쉽게 시들지 않고, 오래 볼 수 있고, 비누로도 쓸 수 있어 좋았다. 그땐 그게 유행이었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유치원 졸업에 꽃다발 비용을 아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아이의 한 번 뿐인 유치원 졸업인데.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본인이 원하는 꽃다발을 준비하도록 꽃가게에 같이 가서 직접 고르게 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꽃다발이 있었고, 그것들은 조금 저렴했다. 엄마인 나는 꽃가게 주인이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들고 왔으면 하는데, 아이는 본인 머릿속으로 꽃다발을 만들면서 본인이 원하는 꽃다발을 말로 설명했다. 꽃도 선택하고, 시간이 좀 걸렸다.


꽃가게 주인은 아이가 조합하는 꽃다발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꽃가게 사장님이 생각하는 꽃다발과 아이가 원하는

꽃다발이 달랐다. 꽃다발도 작품 하나가 완성이 되는데 꽃이 여러 개가 들어 갔다. 꽃 이름은 다 잊어버렸다.


꽃 가게 아줌마는 고등학생 아이가 넣고 빼고 하는 걸 불편해했다. 아줌마는 예쁘다고 추천을 했지만 막상 다발에 넣으니 이상했다. 아이는 괜찮지 않으니 빼 달라고 하고, 하나씩 넣고 빼면서 머릿속 다발이 완성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꽃인데, 비싸고 예쁘다고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렸다. 아이는 빼고 자신이 원하는 꽃을 넣었다. 몇 개 그러다 나중에는 사장님 스타일도 들어가고.


시간을 좀 많이 써서 다발 하나가 만들어지고, 사장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꽃다발 만족도는 100프로는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고, 다발 가격은 생각보다 좀 더 달라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아무튼 고등학생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꽃다발을 들고 졸업을 했다.


중학생 아이는 좀 더 큰 도매시장으로 초등학교 졸업하는 딸을 둔 엄마와 같이 갔다. 화사하니 예쁘고 가격이 착했다.


중학생 아이는 엄마가 사들고 간 꽃다발과 후배들이 준 꽃다발을 들고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고 신났다. 중학생 아이에게 꽃다발은 그냥 친구들과 찍는 사진에 소품이었다.


이제 꽃을 보면 좋다. 꽃다발 가격? 이제 아깝지 않다. 중요한 날을 기념하는 하루를 예쁘게 만들어 줄 꽃이라 소중하다.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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