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1시간 30분, 거리는 19km. 미터기는 앞으로 60킬로를 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집 갈 거리의 3배를 갈 수 있으니 일단 안심은 했다.
막힌다. 퇴근 시간이니 어쩔 수 없는 상황. 저녁을 먹고 출발하면 좋으련만, 집에서 엄마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으니 일단 집으로. 막히더라도 뚫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출발할 때는 분명 60킬로미터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조금 달리니 미터기에 숫자가 사라졌다. 앞으로 몇 미터를 갈 수 있는지를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 칸 남은 주유등이 깜박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깜박깜박 거리며 나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
내부순환로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조수석 남편에게 내부순환로 내려가서 첫 주유소에서 주유할 거라고 이야기를 하니, 그때부터 잔소리다. 주유 한 칸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가다가 차가 서면 어떻게 할 거냐고. 운전하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면서 짜증을 나게 한다. 그렇지만 화를 낼 수는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남편은 주유가 3칸 이하로 떨어지면 잔소리가 심해진다. 반절 이상이 차야 마음을 놓는다
남편이 호들갑을 떠는 데는 내 전적이 있다. 도로에서 차가 멈춰버린 것, 기름이 다 떨어져서.
바빴다. 주유소 들를 시간이 없이. 뭐가 바빴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유하러 갈 시간이 없이 차를 끌고 다녔다. 하나 남은 주유등이 깜박깜박했지만 멀리도 아니고 가까운 거리를 왔다 갔다 했으니 걱정읗 놓고 다녔다.
어느 날 시내 복판에서 차가 스르르 멈춰 버렸다. 기름에 떨어져서. 보험회사에 긴급 요청을 하니, 기름을 가져다 부어 주었다. 길 한복판에서, 차가 힘없이 멈추는데, 다행인 건, 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구간이었다. 빨간 신호등 불빛에 멈추는 사이 바로 비상등을 켜고 차 밖으로 나왔다. 차가 천천히 멈추는 느낌은 뒤에서 박을까 봐 무서웠다. 주유를 미룬 것을 후회 또 후회를 하였다.
안전표시를 꺼내 자동차와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세워 두었다. 이걸 쓸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 게으름이 안전표시를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3리터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음 주유소까지 최소한 움직일 수 있는 용량이라고 출동한 보험회사 as 기사님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아야기를 했다.
아무튼 다시 시동을 켜고, 가까운 주유소는 참말로 멀었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창피하고, 남편에게는 비밀에 부쳐 두었다. 알면 잔소리가 끊이질 않을 테니까.
나 또한 서울 시내 막히는 구간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씽씽 달리는 도로였다면 큰일이 났을 테니까.
그 이후로 3칸 밑으로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보내느라 주유소 가는 걸 깜박한 거다.
오늘도 하나 남은 주유칸이 언제 깜박거릴지 몰라 조바심을 내면서 은잔을 해야 헸다. 그 불안도가 꽤 컸다.
아~ 운전을 누가 대신 해 주었으면...
대중교통 기다리는 시간과 짐과, 대중교통보다 빠른 운전이,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게 되는.
이 또한 추억으로 접을 날이 올 텐데.
부지런히 주유통을 채우는 수밖에...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