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1) 반찬 3가지

by 햇살처럼

반찬 3가지.

"돈 내도 되니까 하루에 반찬 3가지씩만 해 주면 좋겠어" 가늘가늘한 몸에 하얀 조끼 패딩을 입은 할머니가 따뜻한 차가 들어 있는 찻잔을 양손에 쥐고는 가벼운 입술로 이야기를 한다.

옆에 있는 선희가 "우리도 3가지씩 해 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네요"라며 웃으며 말을 받는다.


밥을 주구창창 짓는 아줌마들은 내가 아닌 남이 해 주는 밥은 무엇이든 맛이 있음을 안다. 언젠가 식당에서 내가 밥을 먹으며 친구와 그 이야기를 주고받았더니, 옆 테이블의 둥글둥글 파마머리를 한 연세 지긋한 아줌마가 어찌 그걸 아냐고 웃으며 받아줬었다.


그렇다. 밥을 직접 해서 먹은 날이 많다 보니, 외식이든 무엇이든 누가 해 주는 음식은 맛이 있다. 상대의 수고를 알기 때문이다.


3가지 반찬. 그 반찬을 직접 만들 기력이 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입에 맞는 반찬이 있어도 밥이 들어갈까 말까 하는데. 직접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던 날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어쩌다 어르신들 반찬 봉사 팀에 들어갔다. 한 가지씩 반찬을 만들어 10여 명의 어르신에게 나눔을 하는 모임.


맨 처음 만든 음식이 제주 친환경 브로콜리를 데치는 것이었다. 브로콜리 데치는 게 뭐.... 라 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을 드리는 거라 연한 부분만 골라서. 브로콜리 두꺼운 줄기는 뺐다. 버리는 게 반절이라고 해야 했다. 물론 버리지는 않고 나중에 내가 다 먹었다. 제주 친환경이니 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데쳤지만 맛이 참 좋았다. 초록 빛깔도 이쁘고 그랬다.


점심시간에 배달을 가기 위해, 따뜻하고 신선하게 음식을 드리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3시간을 잡아, 다듬고 데치고 10시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그 시간이 촉박했다. 아이 도움도 받아 가까스로 그 시간을 맞추어 가지고 갔다.


한 달에 한 번인데 손이 빠르지 않은 나라 쉽지는 않았다.


바쁠 때는 빠지기도 했는데, 반찬 봉사를 하면서 반찬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 가지씩 다섯 사람이 만들면 다섯 가지가 모이고, 어르신들은 그 반찬이 고맙고, 말벗이 고맙고.


나는, 내 양쪽 어머니들과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들을 보면면서 내 어머니들의 외로움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들도 그렇겠구나. 미래의 내 모습이겠구나.


나도, 할머니의 말씀처럼 3가지 반찬을 해 주는 우렁각시가 있으면 좋겠다. 반찬가게에서 사면되기는 하는데, 그건 어째 허락하고 싶지가 않다.


공동체로 하루 3가지 반찬을 돌아가며 나누어 먹는 모임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밥만 지어서 먹으면 참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각 주민센터에서 각 가정에 하루 3가지 반찬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무튼 하루 3가지 반찬으로 잘 먹고 건강하길..


#백일백장 #백일백장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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