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과 창작 그리고 친구들의 힘

Friends does matter!

by 보니키임

일상의 일기

쳇 글을 매일 쓰겠다더니, 보름이 지나서야 써내리기 시작한다.

어제 친구들과 만나 받은 여러 영향이 이 긍정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 것에 틀림없다.


계절성 우울증이라며 감정 널뛰기를 하는 요즘이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눈 뜨고 하루를 차곡차곡 잘 쌓아 올리고 싶어졌다.


기분 때문인지, 오랜만에 무게를 드는 운동을 해서 인지 잠을 자도 푹 잔 것 같은 개운함이 없다.

또 추워진 공기 때문인지, 지난 2주가량 아침에 침대밖을 벗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자타가 인정한 절약왕으로서 (aka. 프로 안 사러) 커피도 집에서 웬만해선 내려 마시지만, 오늘은 왠지 아침부터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시작하고 싶었다.


8시 5분에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앉아 잠시 명상을 하고 텀블러 할인은 꼭 받아야 하기에 (절약왕으로서 :) )

선물 받은 예쁜 주황색 텀블러를 챙겨 집 근처 스타벅스에 왔다.


내년 공연 [더 오리엔탈 쇼, 카이로 바이 나잇 7] 안무를 정리해야 하고 지난주 연습 복기 및 피드백, 음악 작업 할 일이 꽤 있었다. (공연은 국립극장 하늘극장, 25년 4월 13일 일요일 공연이다. /홍보입니다?)

-한 분이라도 우리 공연이 궁금할 분들을 위한 작년 공연 소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에 틀림이 없지만 야속하게도 창작의 작업은 오로지 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고요히 예쁜 아침이어서, 는 플러스 요인일 뿐. 어제 친구들과 나눈 대화 속에 여러 단어와 문장들이 가슴에 씨앗을 내렸다. 몇 개가 피어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꽤 영감 넘치는 아침이다.


집중이 잘 되어서, 한 시간도 안돼서 며칠을 고민했던 것들의 결정을 후다닥 해치웠다.

마음의 시간을 썼기 때문에 결과의 시간이 짧아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데에 기획도, 연출도, 안무도, 출연도 모두 내 몫이다 보니 버거운 것들이 많았다.

사실 도움을 요청하면 선뜻 도와줄 친구, 지인들도 꽤 있지만 언제나 마음의 빚을 지기 싫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도 요청하고 의견을 묻고 싶어 졌다. (뻔뻔해진 걸까)


이번, 지난주에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 중 내가 간과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던 말들은

"매일 하니까 네겐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공연을 1년에 한 번 보러 오는 관객들에겐 특별한 일일 수 있어" "너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 무언가 애써서 새로운 것만을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너 스스로를 보고 싶어."

극장형 공연이 나에게도 도전적인 과제였고, 어쩌다 운이 좋게 4회째부터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올리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하지만 그만큼 다가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마찬가지로 커졌다.

(중동, 아랍권에서는 극장에서 하는 오리엔탈댄스/벨리댄스 공연은 아예 없다. / 호텔 등 엔터테이닝의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언제나 새롭고 특별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가진 것은 역부족이고, 이 공연은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내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흐름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마음이 어떤 경로로 나아진 건지, 고민하던 시간이 흘러 또 괜찮음의 주기가 온 건지. 감정 널뛰기의 상승세일 뿐인진 모르겠지만. 구상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게, 오늘은 오랜만에 정말 좋았다.


상상할 수 있는 힘, 머리에 펼쳐지는 그림, 그것들을 마주하는 나의 기쁨.

무엇보다, 아 정말 부정할 수 없이 나 이것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그 사랑이 여전해서 섭섭하고 또 여전해서 감사하다.



창밖의 하늘만으로, 제멋대로 생긴 구름만으로, 아직은 견디고 있는 나뭇잎들 사이에 번져 비치는 햇살만으로. 아주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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