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지났으니 여름은 왔다가 더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짧아진 봄 탓인지 여름이 온 지도 한참이 된 것 같다.
지금이 흐르니 여름이 흐른다 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요즘 사업은 열심히 잘하고 있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열심히 잘은 아니고 그냥 하고 있어.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러게 나도 그렇다고 거들었다.
진짜 그렇다.
준비하던 기획 공연과 겨울은, 봄과 함께 무대가 되어 꽃 피었고.
봄이 왔네 하자, 곧이어 뜨거운 여름이 왔다.
바짓단이 다 젖어버릴 만큼 세차게 내리는 비처럼, 또 두 어깨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처럼, 감정은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하는데,
여전히 혼란스러운 사랑은 어쩌면 스스로를 향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사랑도, 새로운 사랑도 만난 올해의 여름.
스스로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과거는 증명하지 않아도 내 많은 부분에 녹아있는 것이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 다독였건만.
지난날을 의심하고, 그로 인해 앞으로의 선택이 더 불안해지는 요즘은.
그냥 서른둘이라서 그런 건가.
잘해왔고 잘할 거고, 어련히 기특히 알아서 해내겠지만.
사랑도 일도 일상도,
보증수표 한 장 꼭 쥐고 가고 싶은 마음.
다들 각자 인생이니 각자가 책임지고 살아내겠지만,
새삼 그 모든 것들이 덜컥,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억울하기도 어쩔 줄 모르겠기도 하다.
아, 너무 어렵다.
일도 사랑도 일상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쥐고 놓고 싶은 게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