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스크린·거리의 몸: 중동 여성의 재현과 주체적표현

공모전을 위해 썼던 글

by 보니키임

그야말로, 논문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이다.

춤추는 직업과 그 춤이 공유하는 문화의 장을 포괄적이나 직관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은 더욱 선명해졌고 또 어떤 것들은 흐려 사라졌다.


사회가 원하는 콘텍스트는 아닐지 몰라도, 이 탐구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기도, 또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이유 모를 물음표를 해소하기도 했다.


품에만 안고 있기엔, 족적을 남기고 자하는 열망이 강하므로 일부 공유하기로 한다.



무대·스크린·거리의 몸: 중동 여성의 재현과 주체적 표현, 라크스 샤르키를 중심으로

“Bodies on Stage, Screen, and Street: Representation and Agency of Middle Eastern Women Through Raqs Sharqi”

|김 연 수|

Kim, Yeonsoo


“Bodies on Stage, Screen, and Street: Representation and Agency of Middle Eastern Women Through Raqs Sharqi”


Belly dance, originally known in Arabic as Raqs Sharqi, has gained global recognition and popularity, but is often misrepresented through orientalist and colonial frameworks, sometimes obscuring its rich cultural, historical, and linguistic origins. Despite its visibility, scholarly and popular narratives commonly reduce Raqs Sharqi to exoticized performance or mere entertainment, often overlooking its role in expressing regional identity, cultural heritage, and female agency. This study critically interrogates the ethical, social, and political dimensions of representing Middle Eastern women in diverse performance contexts—including stage productions, screen media, and public street performances—highlighting how “bodies” are constructed and interpreted across these settings. Raqs Sharqi embodies cultural heritage, regional identity, and female agency, while performers often face moral scrutiny, legal restrictions, and complex socio-cultural constraints shaping their artistic choices. Drawing on the author’s long-running performance series ‘Cairo by Night,’ staged at Korea’s National Theater from its fourth to seventh editions, this research employs autoethnographic reflection, participant observation, and critical performance analysis to show how choreography, scenography, costuming, and narrative can subvert orientalist tropes and reconceptualize images of Middle Eastern women. Situating Raqs Sharqi within stage, screen, and street contexts emphasizes the cross-cultural and multimodal potential of performance to challenge entrenched power structures, foster ethical representation, and advance postcolonial, feminist, and gender-sensitive artistic discourse.

[Keywords: belly dance, gender, Middle Eastern women, performance, Raqs Sharqi ]


I. 서론

라크스 샤르키(رقص شرقي/ Raqs Sharqi)는 벨리댄스(Belly Dance)라는 이름으로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공연 장르이지만, 그 기원인 아랍어 번역과 유통 과정에서 의미가 축소·왜곡되었다. 이러한 용어 선택은 중동 여성의 몸과 문화를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기존 연구는 벨리댄스를 주로 공연 장르와 서구 중심 시각에서 분석해 왔으며, 중동 여성들이 일상과 디지털 공간에서 자기표현을 시도하는 과정과 그 제약, 그리고 몸과 이미지가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포괄적으로 다룬 경우는 드물었다. 본 연구는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연예술, 소셜미디어, 일상 공간 등 다층적 장에서 중동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표현을 실현하는 시도와, 사회적·법적 규범 속에서 가려지고 검열되는 과정을 함께 분석한다. 이를 통해 중동 여성의 재현과 실현, 자기표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조망한다.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누가 무엇을 ‘가시화/비가시화’하는가? → 공연, SNS, 일상 공간에서 중동 여성의 몸과 이미지에 대한 권력과 규범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


명명과 규제가 재현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 체포·구금과 같은 규제, 그리고 대중매체 및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성공을 아우르는 상반된 맥락을 통해, 규제가 재현과 인식 변화를 생산하는 과정을 탐구


제3의 장소에서의 공연은 기존 시선을 어떻게 전복하는가? → 한국 국립극장과 같은 비현지 공간에서 공연이 중동 여성 이미지와 젠더 규범을 재구성하는 사례 분석


벨리댄스라는 명칭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래 아랍권에서 라크스 샤르키 또는 오리엔탈댄스(Oriental Dance)로 불리며, 단어 그대로 ‘동방의 춤’을 의미하며, 결혼식이나 축제 등 공동체적·축제적 맥락에서 연행되던 춤이었다. 그러나 19세기말 서구로 유입되면서 ‘벨리댄스’라는 이름이 등장하였고, 여성의 복부 노출과 움직임을 강조하고 성적·이국적 이미지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언어적 선택을 넘어, 춤과 여성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권력관계를 반영한다. 서구 사회에서 벨리댄스는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여성성’의 대표적 상징으로 소비되며, 중동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강화하였다.

본 연구는 전통적 용어인 라크스 샤르키를 중심에 두되,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벨리댄스를 병기하여 독자의 이해와 사례 서술의 편의를 도모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 의미와 현대적 통용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중동 여성의 몸과 표현을 분석한다.

중동 내부에서도 벨리댄스의 위치는 모순적이다. 여성 공연자는 민속문화의 상징이자 국가 브랜드의 일부로 활용되는 한편 종교적·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도덕적 비난, 법적 검열, 직업적 불안정에 직면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신체 노출과 공개적 공연은 종종 제한되며, 벨리댄서를 직업으로 선택한 여성들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노출된다. 특히 이집트, 레바논, 모로코 등에서 활동하는 프로페셔널 댄서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면서도, 공적 영역에 나선 여성으로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중적 위치는 무대, 스크린, 거리라는 장에서 모두 나타난다. 무대 위 공연과 영화 산업은 전통과 관객의 시선 속에서 몸을 구성하는 장인 반면, 소셜미디어와 방송에서는 검열, 팔로워의 시선, 플랫폼 규제가 직접적으로 작동한다. 실제 사례로, 2018년 카이로에서 러시아 출신 벨리댄서 Johara(Ekaterina Andreeva)는 SNS 공연 영상 게시 후 ‘풍속 타락’ 혐의로 재판받았으며, 2025년 이집트계 이탈리아인 Linda Martino(Sohila Tarek Hassan Haggag) 역시 SNS 영상 때문에 카이로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또한 틱톡(TikTok)에서는 일부 중동 여성들이 공연 영상 게시 후 계정 차단이나 삭제를 경험했는데,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가시성과 검열이 물리적 공연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댄스는 중동 사회 여성들이 특별한 교육 없이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문화적 실천이다. 일부 무용가와 예술가들은 이를 통해 여성 몸에 투영된 규범과 시선을 재구성하고 비판하며, 사회적 규범에 대한 예술적 저항을 시도한다. 벨리댄스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문화 내부 균열을 드러내고 여성의 주체성을 재현하는 사회적 퍼포먼스로 기능한다.

본 연구는 저자가 기획·연출한 공연《Cairo by Night》시리즈를 사례로, 벨리댄스가 젠더 권력 구조에 도전하고 중동 여성의 주체성을 재현하는 전략을 분석한다. 이 공연은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4회 차부터 7회 차까지 연속 공연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문화기관에서 연속적으로 선보인 드문 사례이다. 공연은 한국 관객에게 중동 담론을 제3의 문화권에서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하며, 벨리댄스를 젠더·문화·정치가 교차하는 비판적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나아가 무대는 중동 여성의 주체성, 시선의 전환, 탈식민적 미학을 재현·재구성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의 핵심 목적은 공연, 스크린, 거리 등 다층적 장에서 중동 여성들의 몸과 표현이 어떻게 구성·재현되는가를 탐구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확장하고 중동 여성의 주체성과 자기표현을 학술적·사회적으로 조망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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