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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Nov 29. 2021

손뜨개 나무 옷

2021.11.29.(월)

최근에는 밖이 어두워 해가 떠도 일어나지 못하고 1분만, 5분만 더하다 늦게 일어나곤 합니다. 배가 고파지면 점심때인 줄 알아차리고 맛있는 급식 먹으러 가지요. 속마음은 아이들과 같습니다. 마구 뛰어 빨리 급식실에 도착하고 싶습니다. 퇴근 후 또 한 번 위장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면 저녁때입니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눈꺼풀이 내려앉을 때 하루가 다 갔음을 아쉬워합니다. 나의 일상은 항상 이렇게 흘러갑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덧 연말이네요. 동아리 결과물을 전시할 때가 온 겁니다. 1학기 때는 코로나로 뜨문뜨문 등교해서 동아리다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습니다. 영상으로 기초 코 만들기나 겉뜨기 방법 등을 학습할 수밖에 없었지요. 2학기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서야 한 올 한 올 손뜨개질이 가능했습니다. 17시간으로 손뜨개 옷 4종은 불가능한 과제였습니다. 정기고사 기간 중 공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집에서 뜨개질을 한 학생들은 남는 시간에도 겉 뜨기를 진행하였기에 작품을 완성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미완성작이었습니다. 이렇게 응급할 때는 지도교사가 나설 수밖에요. 


어쩔 수 없이 퇴근 후 집에서 즐겨보는 드라마와 영화는 뒤 전이고, 우선순위는 뜨개질이었습니다. 주말도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있었어요. 시간에 쫓기듯 조마조마한 마음을 졸이며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이 되니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개 두 개 완성하면서 시간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손뜨개 나무 옷 작품수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본 누적 횟수, 일기장 권수, 자격증 수, 졸업장 수, 읽은 책 수, 몽당연필 수, 살아온 햇수, 적금 누적 액수, 스탠 보온병 흠집 수, 교실 책상의 낙서 횟수, 여행지 추억 수, 학급당 줄어드는 학생 수, 브런치 글 작품수 등 쌓여가는 눈처럼 시간은 점점 나와 함께 새로운 눈덩이를 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완성한 뜨개옷을 보고 있으니 어깨 결림과 목의 뻐근함, 손목 아픔 등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주말 시간과 자투리 시간에 날실과 씨실을 엮는데만 집중했던 모습, 원하던 모양이 나올 때 즐거워하던 장면들이 벌써 추억이 되었구나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전시기간 중에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유쾌한 표정으로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며, 뜨개옷으로 사람들을 기쁘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3월 초 계획했던 '교목에 손뜨개 옷 입히기'는 잘 마무리 지은 듯 보입니다. 이번 일로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어서 한 작품씩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다음 해는 어떤 모습의 뜨개 옷일까요?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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