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Dec 09. 2021

온라인 인재를 아시나요?

2021.12.9.(목)

주말에 김장을 했다. 총각무를 농수산물 시장에서 사 왔는데, 다듬다가 후회를 많이 했다. 결국에는 정형외과를 방문해 물리치료를 받았다. 남편은 투박한 손으로 해마다 김장을 한다. 지인들은 도통 믿지 않지만 남편은 기세 좋게 두툼한 손으로 섬세하게 작업하여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무김치 등 다양하게 한다. 맛도 있어서 도맡아 한다. 김장하는 날 수육을 먹었어야 했는데 둘 다 지쳐 외식을 하는 바람에 다음날 먹기로 했다.

김장김치+청양고추7개+마늘10알+무말랭이+수육=남편입

김장을 마치고 좀 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PCR 검사 대상자라고 급히 코로나 검사를 받으란다. 이번이 7번째다. 2020년 1월에 LA 출발 - 인천공항 도착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다가 승무원 확진으로 덩달아 검사를 받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확진을 받을 때마다 검진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져 무심한 표정에 공장 자동화 줄 서기처럼 순번을 기다리다 검사도구가 코 속 깊이 닿아도 이젠 움찔하지도 않는다.

학교 현장은 어수선하고 썰렁하다. 확진자도 확진자지만 백신 접종군과 미접종군으로 자연스레 나뉘어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적다. 많게는 15명 이내인데, 수업이 어렵게 흘러간다. 교실이 학생들로 북적북적해야 수업할 맛이 나는데 여기저기 빈자리가 많으니 아이들도 신이 나지 않는 모양새다. 급기야 2학년에서 시작한 확진자 수는 3학년으로 퍼져 급하게 원격수업으로 또 전환하였다. 올해 들어 몇 번째인지 횟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더 혼란스럽고 피곤했을 것이다. 벌써 2년째다. 졸업식도 입학식도 있는 듯 없는 듯 치렀다.

교육부에서는 전면 등교를 강행할 모양이지만, 여론을 살피니 학부모들이 적극 반대하며 댓글이 계속해서 달린다. 사실, 교실에서 서로 마주 보며 수업하는 것이 훨씬 좋다. 원격 수업에서 화상으로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듣기 때문에 강요하기도 어렵다. 출석 확인 시 카메라가 고장인 경우도 있어서 답답하다. 반대로 장점도 있는데, 교실에서 소극적이었던 학생들이 온라인에서는 명쾌한 답을 하거나 우수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순간에 깜짝 놀란다.

학생 이름 석자가 200포인트로 확대된 채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름으로 얼굴이 안 떠오르는 상황이다.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 보지만 대부분 카메라가 꺼져있다.  온라인 환경에 강한 아이들이 있다. 반 아이들도 놀라운지 오~, 우와!, 잘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하냐? 등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렇듯 교실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을 온라인에서는 볼 수 있다. 존재감 없던 아이는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래의 온라인 신대륙에서 자신만의 땅을 차지하고 멋진 건축물을 쌓아 갈 인재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뜨개 나무 옷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