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Dec 30. 2021

과정은 안보이잖아요

2021.12.30.(목)

한결같이 특별실로 청소하러 오는 2학년 여학생들이 2명 있다. 학기초에는 2명이 오다가 몇 개월이 지나 친한 친구 1명과 같이 오기 시작하더니, 덩달아 청소를 도왔다.


청소를 돕던 아이는 개인 스케줄 때문에 목요일은 오지 않아야 하는데, 문을  열고  빼꼼 나를 쳐다봤다. 의아했지만 반가워 사탕과 꼬마 초콜릿을 주려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는 발을 들여놓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속상한 마음을 참고 참고 견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왔는지, 오자마자 폭풍눈물을 흘렸다. 어제가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일인데, 과학 과목을 치를 때 마킹 실수로 쉬운 문제를 틀린 것이다. 과학 100점을 목표로 애쓰고 노력한 과정이 한순간 실수로 무너져 내려 뼈아픈 모양이었다.


"열심히 공부한 과정은 안보이잖아요."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말문이 막혀 고개를 떨구었다. 어떤 말이던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부터도 성적표를 인쇄하자마자 100점 학생은 몇 명인지, 반 평균은 어떠한지, 어느 반이 1등 했는지 분석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고생 고생해서 모은 상점도 서버 문제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면서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나는 하염없이 듣고 또 들으며 같이 슬퍼해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 벌점자는 행운의 날이지만, 상점을 쌓은 이 서러운 학생에게 오늘은 너무나 허망한 하루였던 것이다.


아이를 귀가시키고 곰곰이 생각했다. 상점을 받기 위하여 또는 만점을 위해 공들인 시간과 에너지, 참을성과 인내심, 자율성과 자기 주도 학습력  수많은 덕목을 지닌 아이였구나! 아쉽다. 울었을 때 알려줄걸. 결과보다 더 귀한 보물단지를 갖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할걸. 속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나를 사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