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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Jan 01. 2022

시험 만상

2022.12.31.(금)

최근에 2학년 기말고사 시험감독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3학년들과 별반 차이가 없으나 한 살 어리다고 시험 보는 모습이 천진스러웠다.


나는 정확하진 않지만 대게는 자세로 성적평가를 할 수 있다. 우선, 대통경우다. 종 칠 때까지 확인하고 검토하면서 시간을 아껴쓴다.

레이저를 발사하는 애




다음은 이다. 살짝 긴장감과 함께  한쪽 팔을 들고 줄을 긋으며 알듯 모를 듯 푼다.

아리송한 애

세 번째는  약통이다. 문항 이해는 잘했으나 완전히 통달하지 않아서 답을 확신하지 못한다. 풀지 않고 고민만 하다 종 친다.

고민이 많은 애


네 번째는 조통이다. 문항을 읽긴 읽었으나 답을 모른다. 아니면 입에서 뱅뱅도는 설단 현상이 일어나 괴롭다.


죄없는 머리를 쥐어 뜯는 애

마지막은 불통이다. 머리 속이 개운하고 매사에 해맑아 고민도 없고, 괴로움도 모른다.


가장 행복한 애.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향교(국공립 중고등학교) 나 서원(사립 중고등학교 또는 특목고), 서당(초등학교), 태학이나 성균관(대학교)이 있었다. 성적평가는 대통, 통, 약통, 조통, 불통 등 단계별로 있었다. 오늘날의 1등급, 2등급 평가체계와 유사하다.


사람이 고기도 아닌데  등급을 매기는 것이 거림칙하여, 나는 조선시대 평가로 학습지에 대통에서 불통까지 표시한다. 아이들은 생소한 평가를 받으니, 자주 묻곤 하는데  과거 우리 선조가 쓰던 평가법이라고 알려준다.


시험은 학생들에게 늘 반갑지  않은 행사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짓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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