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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Apr 24. 2022

아는 만큼 얘기 한다

잔인한 4월

작년 4월에 근무지에서 계단을 내려오다 삐끗한 발목이 겨울을 지나 새봄이 왔음에도 회복이 더뎌 서울로 올라와 재검을 받았다.


과거에는 통깁스 2주+보조기 2주 치료를 받았으나 아프다 호소하니 , 원래 아픈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2월에도 아프다 하니, 남들은 안 오는데 유독 당신만 아파서 오냐는 말에 화가 났다. 꾀병을 부린다는 말투였다.


원인을 찾아달라  고집을 부려서야 MRI 촬영을 하면 알 수 있다고 말해 다시 한번 불쾌했다. 아픈 초기에 찍지, 이제야 그 사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MRI 찍고 말고는 의사의 권리라는데. 기가 막혔다. 6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면 과잉진료라 민원을 사기 때문에 초기 치료를 안 했다는 것이다.


MRI 찍고 말고는 의사가 아닌 환자의 권리 아닌가.

의사는 정보를 환자에게 알려야 했다.


MRI상 염증을 발견했다.

"염증이 생긴 것은 약으로밖에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나는 째려보다 아무 말 없이 의사의 말을 등 뒤로 버리고 나왔다.


1년여 동안 고생한 나는 발목 전문가를 찾고자 노력했다. 서울에 의사가 있어, 세 시간 거리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았다.


작년에 엑스레이, MRI까지 찍었으나 설명 한번 못 들었다. 이곳에 와서야 자세하게 사진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궁금했던 것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했다.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나쁜 상태였다.


현재 의사는 민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병을 찾기 위해 엑스레이를 양쪽 발 모두 찍었다. MRI도 가차 없이 치료에 필요하다며 찍는다. 과거 의사는 아픈 발만 찍었다.


자신의 분야에 어설프게 아는 의사는 진단서 한 달짜리도 겨우 벌벌 떨면서 발급하는데, 현재 의사는 회복기까지 필요한 기간만큼 여유 있게 발급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얼마든지 민원에 방어할 수 있다는 전문적 리더십이 보였다. 타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들도 많이 오고  난치성 발목 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니 민원을 제기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반면, 과거 의사는 방어할 지식이 없으니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내일 수술이라 오늘 서울  숙소에 도착했다.

곰 두 마리를 선물 받았다. 긴장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차들과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꼬리를 물고 다닌다.


'저 사람들은 건강해서 좋겠다.'

' 괜찮겠지?' , '괜찮을 거야' 마인드 콘드롤 중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병원이 무섭고 수술이 두렵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오며 의사에게 물었다.

"거 나를 치료한 의사는 왜 이 질병을 몰랐을까요?"


의사는 말했다.

"아는 만큼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꾸준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것이구나!


도 혹시  아는 만큼만 일하고 사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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