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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Jul 13. 2022

역(驛)

가늘고 여린 비가 내리네

숨죽여 소리  없이 흐르며

철길 사이 따뜻한 돌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덕분에 촉촉해진 돌은

모처럼 생기가 돋고

먼지를 벗고 깨끗해져

맑은 눈으로 나를 반긴다.


즐거운 눈맞춤에

나는 행복해.


문자가 날아들었다. 60일 동안 글이 없었다고. 

뭐야  압박하는 것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전에도  한번 문자가 왔었다. 30일 동안 글이 없었다고.

어쩌란 말인가! 쓸 상황이 아닌걸.


올 2월부터 갑작스레 시작한 나의 질병들 때문에 휴직을 하고 몸을 돌봤다. 글이라니, 분수에 지나쳤다.

오늘도 서울행 기차에 올라 병원에 간다. 다행히도 난 훌륭하신 의사선생님들 덕에 건강해져 간다.

환자입장에서는 이런 의사선생님들은 늙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차를 기다리다 배가 고파 성심당빵을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넣다 소화가 잘 안되는 듯하여 역 주변을 걸었다.

내가 걷는 길은 뽀송하니 건조한데 기찻길 돌맹이들은 깔끔, 말끔해서 하늘을 보니 예쁜비가 부끄럽게 내리고 있었다.


찰라에 사진을 한방 찍으며 '아~ 좋다. 날씨.'라는 말이 자동반사로 연신 입에서 나왔다.

비가오면 운전도 불편하고 우중충해서 기분까지 멜랑꼴리하는바람에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 유쾌한 기분을 기억하고자 문자도 왔겠다 60일 기념 글과시를 기차안에서 올린다.

독자분들 다시만나 반가워요. 브런치도 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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