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Jul 22. 2022

중년부부

앞서서 걷는 아내가

뒤따라 오는 남편을 기다립니다


속도가 다른 이들이 만나

어긋났던 수많은 걸음들이 생각납니다


어느덧 중년에 이르자

둘은 나란히 걷습니다.



여보, 젊은 날의 당신은 내 눈엔 제임스 본드처럼 재빠르고 멋있고 신비감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알고 있었나요? 휴대폰에 저장된 애칭은 007이었다는 걸.


등산을 함께할 때 나보다 늘 당신이 앞서 나갔지요. 시야에 당신이 사라졌을 때는 갑자기 미아가 된 기분도 들었지만, 한참을 올라가서야 저 멀리서 당신 발견하곤 안심하고 무척 기뻤답니다.


그러던 당신이 이제는 내 뒤를 따라 걷네요. 당신을 기다리며 표정을 살펴요. 동작 하나하나 눈에 담아요. 알고 있나요?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짠한 감정을.


그동안 당신이 기다려준 만큼, 앞으로는 내가 기다려줄게요.

우리 이제 나란히 걸어요.




남편도 나와 함께 최근에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데, 나보다 회복 속도가 늦어 목발을 짚고 걷는다.

빠른 쾌유의 마음을 이 글로 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