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Jul 26. 2022

비둘기 구조 이야기

발목 수술 후 의사가 재활 운동으로 걷기를 추천하여 매일 30분~60분 동안 산책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둘레길로 걷다가 지쳐 목표지점까지 도달 전에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사찰 주변 옆 빈 땅에서 자라는 호박잎이 인도까지 거침없이 흘러나와 있어 밟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던 중 죽어 있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자세히 살피니 죽은 것은 아니고 눈을 감은채 비둘기 한 마리가 힘든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첫 만남

인기척을 느꼈는지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떴다.

 

왕파리가 비둘기 등에 앉길래 손으로 쫓아내면서 나는 비둘기를 향해 말했다.


"너 눈을 보니 살겠다. 포기하지 말고 좀 더 힘을 내"


다친 비둘기의 눈을 본 순간, 수술대 올라 의료진을 보던 내 눈빛과 같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급히 야생동물구조협회로 전화를 걸었다.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해서 비둘기 곁에서 쭈그리고 앉아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다 깜짝 놀라 다리를 번쩍 들어 일어섰다. 갑자기 비둘기가 날개를 양쪽으로 펼치더니 배로 기어 나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펼쳐진 날개는 어찌나 길던지 대략 60cm는 거뜬히 넘어 보였다. 바로 옆으로 다가온 비둘기는 날개를 다시 접고 거칠면서도 힘겨운 호흡을 유지하며, 기력이 떨어진 상태로 눈을 감았다 떴다 했다.


바로 발밑까지 다가옴

가까이서 보니 등 쪽 가운데 부분에 털이 뽑여 구멍이 났다.

왕파리가 접근한 이유가 바로 이 상처 때문이었나 보다.  다리도 부러졌는지 양다리를 질질 끌어 배로 기어 온 것으로 보아 공격을 당한듯하다.


도움을 청하려 나에게 기어 왔을까?


참, 신기했다. 여기 비둘기는 사람이 다가가면 바로 날아가는데 오히려 가까이 오다니.


곧 동물 구조대원이 도착했다.

비둘기가 야생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했거나 자동차와 충돌했을 경우도 있다 한다.


어쨌거나 치료받으러 가니 마음이 편안했다.

비둘기도 다시 나처럼 건강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지쳤던 발걸음이 생생해졌다.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년부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