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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Jul 30. 2022

갈 곳이  없어요

나는  왜  지금  기분이  나쁜가?

왜  몹시 화가 나  있나?


남편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해  화가 나  외출했다  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사실  난  운전이 싫다. 신입시절  버스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학생들과  마주치면  불편한  마음이 들어  피했다.  마치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마주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걸어 다니면  족히 3시간이  넘어,  가장 좋은 선택은 택시로 다니는 방법이었다.


택시 아저씨는  상도에  어긋난다며  첫 제안을  거절했다. 매일 운행을  안 하고 해진 쉬는 날이 있어 렵다는  것이다.


나는  사정 얘기를  터놓고 말하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다 달았을  무렵  아저씨는  당분간 우리 집  앞으로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한 달쯤  택시로 출퇴근을 하던  중  동료 선배님이  벌어서 택시비로  탕진하겠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느 날 자동차 영업사원이 직장에 방문했는지 그 선배님이  손님이  왔다며  갑작스레  소개했다.

얼떨결에  앉는데,  신차 팸플릿을  펼치더니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듣다가  택시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더 이상 우리 집으로  못 온다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라고. 운전시도해보지 않겠냐고. 더 이상 규칙을  어기고 매일  운행은  어렵다고.


직장 근처로  따로 나와  살면  도보로 다닐 수 있을  듯하여  자립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아버지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어디로  도망가지? '


회피할 곳을  못 찾고 영업사원의 말을 계속 듣고만  있었다. 드디어  때가 가까이 온 것을  느끼고 계약을  다.

아버지는 장식 면허증과 같았던 운전실력을 아셨지만 미혼인  딸을 분가시키는 것보다 낫겠다 싶으신지 허락을 하셨다.


운전대만  잡으면  평온한  마음이  긴장으로  바뀌며  공포스러운데,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남편이 수술한  뒤로  서울까지  운전해서 병원을  오고 가는  일도 나에겐  본능을  거스리는 행동이다.


사건은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 남편이 5층짜리 건물 전체가 베이커리 카페라며 방문하자고 말했다.  어제 남편이 지나가는 길에도 가 보자고  했으나 난  운전 중이라  그곳을  방문하기 싫었다. 그나마  익숙한 경로인 집으로 가길 원해서  다음 평일날에나  가자고  기약 없이  형식적인  말로  얼버무렸었다.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어찌나 가고 싶은 곳은  많은지, 과거 입원 동안에도  수술 직후 눈뜨자마자 통깁스+주사 주머니 3개나 달고+휠체어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바람에 간호사들이  나를  만나면 환자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었다.  

혈압 확인과 약전달,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매일 방문하는데, 보호자인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바로  사라져 버려  빈 침대만 덩그러 있으니 간호사들이  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술 전  금식 상태로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했다. 배가 고팠는지  단물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에 껌을 씹더니, 검사 도중 질문에  답하다가 그만 꿀꺽해 껌을 위장 속으로 안착시킨 일도 있었다.


간호사 하는 말이 "환자가  보호자 말을  안 듣나 봐요?"라는  질문에  난  "네"했다.


빨빨거리고 쉼 없이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운전을  못하니, 보고  있으면  짠해서 사랑의  힘으로 뒷좌석에 태우고 카페를 보여줬는데, 하는  말이 어제 왔으면 사람 없어 조용하게 구경했을 텐데  오늘 와서  주말이라  잡하다며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오늘  오자고  한  당사가가  바로 남편인데  말이다.

싫은 소리도  못하냐며  특유의  손짓과  몸짓을 번갈아가며 화를  돋우자, 인내심이  바닥나  앉은 지 5분 만에  나왔다.


목발 짚으면 싫은 소리 할  권리도 덩달아 생기는 거냐고 되묻고 싶다.  부부간에  미운 말할  권리는 없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손가락질을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할 때는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그 입을  문서 클립 집게 알 안으로 밀어 넣고 싶다.


남편은  이런  자신의  행동이  안보이니  모를 것이다.  언젠가는  이  정보를  말해 줄 것이다.


나도 남편이  보에  거슬리는  행동이  있을  것이므로  서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운동한다고  나왔는데, 걷기를  완료하고  계곡물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의자에  앉아 다음 갈 곳을  생각하니 갈 곳이  없다.


집으로  들어가긴 싫고 어디로  가야  오늘  속상함을 위로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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