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내 보물 깡보
11살이 되던 해의 성장통은 거셌다.
할아버지의 암투병으로 할매는 날 엄마에게 보내기로 결정했고, 새 가정을 꾸린 엄마의 둥지에 위탁된 나는
이방인이었다.
낯선 땅에서의 생존법은 간단했다. 적응이 어렵지 않다는 연기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우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이불이 들썩 거리던 어느 날
희고 작은 손 하나가 내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더듬거리며 내 손을 찾아 슬며시 잡고는 이리 속삭였다.
"언니, 괜찮을 거야."
내 인생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 낯설다는 단어로는 담을 수 없는 가혹한 날 들 속
우린 드디어 자매가 되었다.
여동생이 하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문장만 놓고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겠으나 난 태어나자마자 친할머니에게 깡보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나 우린 이산가족 자매였다.
물론 우리의 부모가 이런 형태를 바랐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로 잡고 싶었으나 그들도 사정이 있었겠지. 그들의 부부의 연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깡보는 엄마가, 나는 아빠가 동의 없는 규칙이 우릴 갈라놓았을 뿐
영영 상상 속에 머물 거 같던 자매의 연은 앞서 말한 할아버지의 투병으로 예기치 않게 이루어진 셈이었다.
바다와 산이 놀이터인 11살 까만 목포소녀와
빌딩과 아파트가 놀이터인 10살 하얀 서울소녀는
그렇게 서로의 자매를 처음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