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미망설 [靑春•迷妄說]>
청춘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죽도록 타인을 향해 상처만 입혔는데도
제 삶은 여전히 봄에 머물고 있습니다
푸른 미망인들의 한을 뭉친 게 청춘이라면
죽어야지 생각했던 어느 여름밤 기도와
하늘을 올려볼 용기를 적어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머니
미망의 어리숙한 봄들이 보이십니까
형형색색 꽃들의 방황이 마냥 푸르지 않습니다
시들지 않기 위해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꿀벌에게 애원하는
저 방황하는 꽃들이 보이십니까
꽃이라는 이름 아래
청춘이라는 봄날 아래
저는 정작 꽃들의 살해 현장을
매일 보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푸른 하늘 뒤에 보이던 회색을 기억하십니까
제 눈을 황급히 가리고 푸른 하늘을
다시 보게 하던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적색 벽돌 겉면 대충
칠해진 파란 페인트 가짜 하늘
저는 그만 웃었습니다
기어다니는 벌레들의 발자국으로
가득 칠해진 하얀 페인트 가짜 구름
저는 그만 울었습니다
상처받은 개수만큼이나 더럽게 녹아내리던 그 푸른 봄이라는 가벽 속 세상이 숨 막히게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 나를 청춘이라 불러주는 어른들이 밉습니다 공허한 단어로 잘 지어진 거짓말 모든 게 꿈이자 망각에 지나지 않던 봄 푸르지 않아도 청춘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미망의 봄은 푸른 청춘이라는 허물 좋은 벽 숨어 아픈 청춘이란 이유로 제 가슴에 제 스스로 못을 박아 넣었습니다
그런 봄이 아직도 청춘인가 그런 봄이 아직도 푸른가 술병과 타버린 담배 한 개비가 봄인가 공허한 마음과 새것 같던 일기장이 봄인가 길 고양이 울음소리와 항구의 바다가 보이는 곳이 봄인가 낡은 편지가 돼버린 산문집이 봄인가 사랑과 우정이 봄인가 타버린 청춘 미망설의 봄인가 그래 한 뭉치 타들어가면 그래 그때가 오면 푸르다던 청춘이 정말 느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