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날
지난 주말 민둥산을 찾았다.
여름의 민둥산이 궁금했다.
산 정상 주변 나무가 없고 억새만 자라고 있어 ‘민둥산’이라 이름 붙여진 곳.
억새의 천국. 전국 억새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 가을이면, 사람들이 은빛 억새꽃의 장관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드는 곳. 여름의 한복판인 지금은 어떨지 가보고 싶었다.
산 아래서 올려다본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림이다. 나무 계단 옆으로 펼쳐진 초록의 풀들과 간간이 보이는 야생화는 절로 미소를 만들었고, 청량한 하늘의 구름은 외국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는 하늘 그 자체였다. 나무 계단을 다 올라가니 ‘돌리네’라는 깊고 푸른 산속의 검은 눈동자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 나타났다.
돌리네란?
[‘돌리네’는 카르스트 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움푹 꺼진 웅덩이 모양의 지형을 말한다. 카르스트 지형은 주로 석회암(탄산칼슘)과 같은 용해성 암석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형성된다.
형성 과정
1. 석회암 용해: 석회암은 약한 산성인 빗물이나 지하수에 서서히 녹는다. 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암석의 틈새를 따라 흘러간다.
2. 지하 공간 형성: 암석이 녹으면서 땅속에 동굴이나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한다.
3. 지표 함몰: 지하의 공간이 커지거나, 위를 덮고 있던 흙이나 암석층이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지표면이 푹 꺼져 웅덩이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돌리네이다.
돌리네는 그 크기가 다양하며, 작은 웅덩이부터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함몰지까지 존재한다.
민둥산은 석회암 지대여서 돌리네를 포함한 다양한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해 있다. 민둥산 정상 부근에는 특히 ‘돌리네 습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이는 민둥산의 돌리네 중에서도 특별한 특징을 가진다.
*물을 머금은 웅덩이: 다른 돌리네는 단순히 움푹 파인 지형인 반면, 민둥산의 돌리네는 물을 머금은 습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하수의 영향이나 특수한 지질 구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생태적 가치: 이러한 돌리네 습지는 주변과는 다른 독특한 미기후를 형성하여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된다. 특히 고산지대에 위치한 습지로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기치를 가진다.
*풍수해 방지: 돌리네는 땅으로 물이 잘 스며들기 때문에 홍수를 줄이는 데 자연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돌리네는 단순히 땅이 꺼진 곳이 아니라, 석회암 지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형학적 증거이다.
돌리네는 지하수의 흐름과 석회암 지역의 수문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이한 환경을 제공하여 희귀 식물이나 생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카르스트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자연 학습의 장이 된다.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본 ‘깊고 푸른 산속의 검은 눈동자’ 같다고 묘사되었던 그 지형이 바로 돌리네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만 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지형이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과 같이 물에 잘 녹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역에서,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암석이 녹으면서 (용식 작용) 형성되는 독특한 지형을 총칭하는 말이다.
어원: ‘카르스트’라는 명칭은 슬로베니아(과거 유고슬라비아) 남서부의‘크라스(Kras)’라는 지방에서 유래했다. 이 지역에 석회암 지형이 두껍게 발달하여 처음으로 학술적인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지형을 일컫는 고유 명사가 되었다.
형성 원리
1. 석회암의 주성분: 석회암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다.
2. 물의 작용: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약한 탄산이 된다.
3. 화학 반응: 이 약한 탄산이 석회암과 만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석회암을 서서히 녹인다. 이 과정을 ‘용식(dissolution)이라고 한다.
4. 지형 형성: 오랜 시간에 걸쳐 이러한 용식 작용이 지속되면 지표면과 지하에 다양한 형태의 지형이 만들어진다.
카르스트 지형의 주요 특징 및 종류
카르스트 지형은 용식 작용과 더불어 녹았던 물질이 다시 침전되면서 만들어지는 지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용식 지형(물에 녹아 형성된 지형)
*돌리네 (Doline): 가장 흔한 카르스트 지형으로, 지표면이 빗물과 지하수에 의해 용식 되어 움푹 팬 웅덩이 모양의 함몰지. 민둥산에서 보는 형태.
*우발라 (Uvala): 여러 개의 돌리네가 합쳐지면서 더 커다랗고 불규칙한 형태의 함몰지가 된 것을 말함.
*폴리에 (Polje): 우발라가 더욱 확장되어 형성된 거대한 평지 형태의 함몰지. 바닥이 평평하고 농경지로 이용되기도 함.
*석회 동굴: 지하수가 석회암층의 절리나 틈을 따라 흘러 들어가 내부를 침식하여 형성된 동굴. (예: 고씨 동굴, 화암 동굴 등)
*탑 카르스트: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석회암이 활발하게 용식 되어, 상대적으로 침식에 강한 부분만 탑처럼 우뚝 솟아오른 형태의 지형. 중국 구이린이나 베트남 하롱베이가 대표적인 예시.
2. 침전 지형 (녹았던 물질이 다시 침전되어 형성된 지형)
주로 석회 동굴 내에서 형성된다. 석회암이 물에 녹은 탄산칼륨 용액이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거나 흐르면서 물이 증발하고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 다시 탄산칼슘이 침전되어 다양한 형태를 만든다.
*종유석: 동굴 천장에 고드름처럼 매달려 아래로 자라는 형태
*석순: 종유석에서 떨어진 물방울에 의해 동글 바닥에서 위로 자라는 형태.
*석주: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처럼 연결된 형태.
한국의 카르스트 지형
우리나라는 고생대 조선누층군(조선계 지층)에 풍부한 석회암이 분포하고 있어 강원도 남부(정선, 영월, 삼척, 태백), 충북 단양, 경북 문경 등지에 카르스트 지형이 많이 발달해 있다.
*민둥산: 민둥산은 돌리네를 포함한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대표적인 곳
*백봉령 카르스트 지형: 강원도 정선군 백봉령 일대의 카르스트 지형은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440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양한 석회 동굴: 고씨 동굴(영월), 화암 동굴(정선), 고수 동굴(단양) 등 유명한 석회 동굴이 있다.
여름 민둥산이 나로 하여금 공부하게 만들었다. 미리 알고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녀와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억새가 다 자라기 전 산 전체가 짙은 초록색 풀밭으로 뒤덮여 있다. 능선은 완만하고 부드러워 걷기 편하다.
나무가 많지 않아 햇빛이 내리쬐지만 하늘과 산의 경계가 시원하게 열려 있어 탁 트인 시야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봄엔 야생화, 가을엔 억새 때문에 붐비지만 여름 지금은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이 거의 없어 조용하고 한적하니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제법 자란 억새 군락이 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여 마음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혼자만의 자연을 느끼기에 좋았고, 멋진 사진도 여러 장 건졌다. 난 여름의 민둥산 매력에 흠뻑 취했다. 짙은 녹색의 펼쳐진 억새는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해 주었다. 내년 여름에 또 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