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

by 여행강타

명절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누군가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시니어 편의점에서 일주일에 두 번 아르바이트를 한다.

23년 4월에 시작했으니 어느새 햇수로 4년 차가 되었다. 우리 시에 처음으로 시니어 편의점이 생기면서 오픈식과 함께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2호 점도 생겼다. 많은 발전이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 열 명의 시니어가 '매니저'란 이름표를 달고 각자의 시간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낮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월, 수, 금 또는 화, 목, 토 일주일에 세 번 네 시간씩 일한다. 저녁 시간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다섯 시간 반을 일한다. 나는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다섯 시 반부터 밤 열한 시까지 근무한다.

심심한 걸 못 참아하고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내게 이 일은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발견했을 때는 작은 성취감마저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더 들면서 피곤함에 꾀를 피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편의점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다. 때문에 편의점의 불은 꺼진 적이 없고, 문을 닫은 적도 없다. 본사의 방침이 그러하므로 손님이 없는 새벽에도 문을 닫을 수 없다. 밤에는 대학생들이 이틀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편의를 봐서 손님이 없는 새벽 시간에 문을 잠그고 잠시 쉬도록 배려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벽, 문이 잠겨 물건을 살 수 없었던 손님이 본사에 민원을 넣어 지금은 그런 배려마저 사라졌다.


일하는 동안 다섯 번의 명절이 지나갔다.

나는 운이 좋은 건지 한 번도 명절 근무에 걸린 적이 없다. 나의 근무일이 아님을 그저 다행이라 생각했을 뿐, 그 시간에 일하는 누군가의 수고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 하나가 들었다.


하루 중 내가 근무하는 시간 때에 손님이 제일 많다. 하교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퇴근하는 직장인들까지. 다섯 시간 반 동안 적게는 백 명, 많게는 백오십 명의 손님이 다녀간다.

'명절에는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올까. 얼마나 힘이 들까.'


월요일과 화요일 근무하는 매니저는 나보다는 건강해 보이지만, 나처럼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하다. (대체로 근무하는 여성 매니저들이 키와 체구가 모두 고만고만하다)

지난 추석 명절 저녁, 이른 저녁을 먹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평상시보다 많은 손님들로 분주했다. 가자마자 카운터를 맡아 주었다. 내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책임지는 동안 그날 담당 매니저는 좁은 편의점 안을 손님들을 피해 쇨 새 없이 오갔다. 워크인 안에 술과 음료를 채웠고, 과자 매대에 정리했다. 컵라면과 봉지 라면을 빠지는 대로 채웠다. 작은 몸으로 종종걸음치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명절이라는 시간 위에 놓이니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하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든 늦은 시간에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설 명절에도 같은 매니저의 근무 날이었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추석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두 시간 정도 함께해 주었다. 그 시간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명절이면 텔레비전에서는 늘 명절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경찰관, 소방관, 버스 기사, 병원 의료진 등. 우리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은 화면 속 이야기일 뿐, 내 삶과는 조금 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했다.


명절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처럼, 누군가는 꺼지지 않은 불빛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의 안녕 된 하루를 지키고 있다. 물론 그들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마음. 그것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또 한 해가 지나갔고, 나이는 한 살을 보탰다.

나이에 살을 보탤수록 몸은 점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널을 뛴다. 쉽게 피곤해지고 회복도 느리다. 오늘은 여기가, 내일은 저기가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다른 마음을 배우고 있다. 또 한 살 보텐 만큼 조금 더 감사하게 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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